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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파리에서 만난 취재원들은 대부분 피처폰을 들고 있었다. 스마트폰이라야 일부 IT업종 종사자들만 블랙베리를 갖고 있는 수준이었다. 1년 만의 파리 방문에서 가장 달라진 점은 거리에서 심심찮게 아이폰을 든 사람들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현지에서 만난 8명의 취재원 중 2명이 아이폰 이용자인 것이 프랑스 내 아이폰의 인기를 방증했다.
아이폰은 2007년 11월 프랑스에서 판매가 시작돼 프랑스텔레콤에서만 150만대 가량 팔렸다. 최근 프랑스 공정위가 독과점방지법에 의해 1위 사업자인 프랑스텔레콤뿐 아니라 다른 이통사에서도 아이폰을 팔 수 있도록 명령하면서 아이폰 판매는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후발 사업자인 SFR도 이미 20만대의 아이폰을 판매했다.
프랑스 내 아이폰 열풍은 단순히 애플의 성공적인 유럽시장 안착만 의미하지는 않는다. 탄탄한 무선인터넷 인프라와 이통사의 이용자를 배려한 준비가 맞물릴 때 나타나는 새 시장의 파급력과 잠재력을 보여주는 사례다.
◇프랑스를 휩쓴 아이폰 열풍=아이폰의 인기는 샹젤리제 거리에 위치한 프랑스텔레콤의 플래그십 스토어인 오렌지 매장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지난달 판매를 시작한 아이폰3GS의 대형 구조물이 보였다. 이 역시 1년 전과 달라진 모습. 매장을 들어오는 사람들은 한번씩 그 구조물 앞에 있는 아이폰을 만지거나 체험했다.
크리스토프 보야잔 매장 매니저는 “모든 사람이 아이폰을 좋아한다(everyone loves i-Phone)”는 말로 인기를 설명했다. 자신 역시 아이폰 이용자라는 보야잔은 아이폰의 매력으로 쉬운 유저인터페이스와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꼽았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프랑스 내에서 아이폰의 인기가 연령·성별·직종과 상관없이 광범위하다는 점. 한 시간가량 샹젤리제 오렌지 매장 방문객을 살펴봐도 아이폰에 관심을 보이는 이들이 연령과 성별에 편중되는 경향은 없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카날 플러스의 니컬러스 테르트르 역시 “내 아내는 IT기기에 관심이 없는 것을 넘어 싫어하는 수준인데 아이폰을 접한 후 나보다 아이폰을 더 잘 이용한다”고 말했다.
아이폰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자 샹젤리제의 오렌지 매장은 아이폰 구매자를 위해 앱스토어에서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하는 법 등 이용법을 설명하는 별도의 공간도 만들었다.
◇탄탄한 인프라와 결합 상품이 힘=프랑스 내 아이폰 인기의 원인은 물론 기기 자체가 이용하기 쉽고 매력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프랑스의 탄탄한 무선 인터넷 인프라가 없었다면 아이폰 열풍은 지금과 같지 않았으리라는 예측도 있다.
파리 시내 버스 안이나 길거리에서 아이폰으로 무선 인터넷 신호를 검색하면 최소 5∼6개의 신호가 잡힌다. 프랑스 이통사들이 판매에 주력하고 있는 IPTV·인터넷·이동통신 결합상품에서 제공되는 인터넷 서비스는 대부분 무선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오렌지 이용자는 ID와 패스워드만 있으면 오렌지의 무선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셈이다.
프랑스 인터넷 이용자가 아닌 외국인이 무선 인터넷을 쓰기는 어려웠지만 하나의 인터넷 서비스라도 가입한 프랑스 인이라면 얼마나 손쉽게 무선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을지는 어렵지 않게 상상이 됐다.
프랑스가 광범위한 무선 인터넷 인프라를 갖게 된 데는 정책적인 지원이 뒤따랐다. 2000년대 중반 유럽의 다른 국가보다 ADSL 보급이 늦은 것에 문제를 느낀 프랑스 정부가 대안으로 지자체와 협력해 무선 인터넷 보급에 나선 것. 2006년부터 파리시에서 정책적으로 공공 장소에 무료로 무선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AP를 수백곳 구축했다.
파리 시내 공원이나 대학·도서관에 가면 강력한 무선 인터넷 인프라를 느낄 수 있다. 관광 명소인 노트르담 뒤뜰에서 ‘Wi-Fi’ 표지판을 볼 수 있는 것도 이 영향이다.
현지에서 통역을 도와준 파리 3대학 비교문학과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기영인씨는 “소르본 대학이나 큰 공원에서 노트북PC로 인터넷에 접속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이폰, 스마트폰 시장 성장 견인=프랑스 이동통신관계자들은 아이폰 열풍이 단순한 유행에 그치지 않고 스마트폰 시장 성장과 무선 인터넷 활성화를 견인할 것으로 기대했다. 실제로 작년 비슷한 시기 블랙베리 정도만 전시해 놓던 오렌지 매장에서는 아이폰 출시 후 HTC와 도시바에서 나온 다른 스마트폰을 전면에 진열하고 있다.
이용자들의 관심은 여전히 아이폰에 쏠려 있지만 이것이 전체적인 스마트폰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는 추세다.
장 뤽 페트 지텍스 부사장은 아이폰이 스마트폰 시장 활성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sm냐는 질문에 “물론 그렇다”며 “3G와 터치스크린이라는 부분이 스마트폰 시장에 영향을 미친다”고 대답했다.
시장조사기관인 포레스터 리서치 역시 내년이면 무선 인터넷과 스마트폰 보급 확대로 프랑스 내 이동통신 이용자의 48%는 휴대폰에서 무선 인터넷을 정기적으로 이용할 것으로 예측했다.
프랑스 이동통신사들의 고민은 활성화되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어떻게 돈을 버는지다. 각각의 이통사들이 앱스토어를 준비·정액제 요금 활성화에 나선 것이 이 같은 고민을 대변하고 있다.
이통사 앱스토어 출시는 2위 사업자인 SFR가 이 계획을 꽤 구체화했고, 1위 사업자인 프랑스텔레콤도 준비를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폰이 이통사의 지위를 위협하는 것의 대비를 넘어 새로운 시장에서 수익을 창출하려는 노력으로 풀이되고 있다.
스마트폰 활성화에 맞춰 프랑스 이동통신사들의 데이터 이용 활성화 움직임도 눈에 띄는 요소다. 이용자가 무선 인터넷에 접속하는 것보다 자사의 3G 데이터 요금제를 이용하는 게 더욱 이득이기 때문이다. 현재 프랑스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의 5% 정도인 데이터 정액제 가입자를 늘리는 것이 각 이통사의 새로운 과제다. 최근 프랑스텔레콤은 아이폰 전용요금제를 출시해 대대적인 프로모션에 나섰다. 다른 이통사들도 유사한 모델을 고민하고 있다.
파리(프랑스)= 이수운기자 per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