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훈의 클로즈업] 송창의 tvN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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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리 원(only one) 정신에 입각,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색다르고 놀라운 포맷과 장르에 대한 창의적인 도전을 꿈꾸고 있다.’

 송창의 tvN 대표의 첫마디다. tvN은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CJ미디어가 보유하고 있는 프로그램 채널 중 하나다. 그러나 tvN은 채널 중 하나라고 말하기는 위상이 남다르다. 지난 2006년 이후 ‘막돼먹은 영애씨’ ‘택시’ ‘화성인 바이러스’ 등을 히트시키며 ‘한국의 HBO’로 나아가겠다는 의지도 그렇고 최근 보이는 행보도 여타 케이블TV와는 확실한 선을 긋는다.

 이런 tvN이 최근 제3차 성징을 선언했다. 1차 성징이 ‘돈 내고 볼 만한 케이블 방송의 지존’이 되겠다는 탄생 일성이었다면 2차 성징은 자체 제작을 강화하면서 강조한 ‘케이블 본좌’. 3차 성징은 앞의 움직임과 또 다르다. 송창의 대표는 “3차는 지상파 방송에서 볼 수 없는 그야말로 케이블 라이크(cable-like)한 콘텐츠를 만들겠다는 의지”라며 “성장 지향적인 콘텐츠를 남발하겠다는 게 내부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송 대표는 tvN의 아이콘 같은 존재다. 2006년 tvN을 만들어낸 것도 그고 지금의 무게감을 형성키는 것도 송 대표의 머리다. 그러나 처음부터 반응이 좋지는 않았다. 그는 지난 1977년부터 2000년까지 지상파 방송국(MBC)에서만 근무해 유료 방송과 매치가 잘 안 됐기 때문이다. 케이블TV이라는 유료 매체를 책임질 수 있겠냐는 현실론도 대두했다.

 그러나 tvN을 맡고 난 송 대표는 콘텐츠에 대한 유니버설한 본능을 드러냈다. ‘tvN스럽다’는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었고 지상파와는 또 다른 아우라를 형성해냈다. “처음에 부임했을 때 직원들은 솔직히 1% 시청률에 벌벌 떨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 작은 생각부터 버리라고 했다. 우리의 경쟁 상대는 케이블TV가 아닌 지상파 방송이었으니까.”

 그는 “처음 자체 제작을 하겠다고 할 때 1년에 제작비만 150억원이 들어 내부 설득이 쉽지 않았다”며 “그러나 콘텐츠 그룹으로 육성하겠다는 경영진의 의지가 워낙 강해 버텨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2∼3년간 CJ미디어는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아무리 어려워도 제작비는 절대 깎지 말라는 엄명을 내렸다.

 현재 tvN은 이달 대개편을 앞두고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선정성을 벗고 온 가족이 함께 보는 채널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겠다’는 게 송 대표의 생각이다. 18일 첫 방송을 하는 ‘세 남자’는 10년 전 송 대표의 히트작 시트콤 ‘세 친구’ 출연자와 스태프가 그대로 뭉친 만큼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는 “정웅인이 출연하는 연극 공연을 방문, 술을 먹으며 우연히 시작하게 된 작품”이라며 “그러나 영애씨처럼 전체를 6㎜ 필름으로 제작하는 다큐 드라마인 만큼 세 친구와는 완전히 다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한국의 최초 칙릿(chick lit, 20, 30대 여성을 겨냥한 소설) 드라마라고 불리는 ‘압구정 다이어리’와 인천국제공항이라는 특수한 공간을 스케치한 휴먼 다큐 ‘에어포토’도 업계의 큰 관심이다.

 송 대표는 “압구정 다이어리를 ‘가십걸’과 같은 외국 드라마와 비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난 미국 드라마를 즐겨 보는 사람이 아니어서 전혀 새로운 포맷을 생각하고 있다”며 “공항에서 사람들을 따라다니며 만드는 에어포트도 현재 방영 중인 ‘택시’처럼 그야말로 케이블 라이크한 작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개편의 중심엔 스피드와 반전, 재미를 바탕으로 공개 코미디에 식상해진 시청자에게 전혀 볼 수 없었던 신상 코미디쇼를 제안한 ‘롤러코스터’도 있다.

 인터뷰 내내 솔직히 두 가지에 놀랐다. 변화무쌍한 ‘신지식’의 밑바닥과 그의 나이. ‘드라마를 많이 본다’ 식의 이야기를 기대했던 나는 역시 ‘범인’에 불과했고 쉰 다섯을 넘긴 그의 피부는 너무 탱탱했다. 송 대표는 “이른바 ‘TV적’사고를 내재시켜야 새로운 생각이 나온며 트렌드 세터를 따라가선 좌절만을 경험할 뿐”이라며 “콘텐츠의 원전엔 책, 소설, 시 등 인문학이 자리 잡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그가 마지막에 꺼내 든 책은 다름 아닌 마셜 매클루언의 ‘미디어의 이해’였다.

 한정훈기자 exist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