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분산서비스거부(DDoS) 공격 사태가 진정된 이후 처음 열리는 범부처 차관급 대책회의에 외교안보 수석을 대표로 참석시키기로 했다.
보안 컨트롤타워 주무부처를 놓고 공방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외교안보 수석이 대표로 나서면서 청와대가 주무부처로 국가정보원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증폭됐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보안업계는 물론이고 방송통신위원회·행정안전부 등 정부 관계자들도 일제히 보안 컨트롤타워로서 국정원 불가론을 제기하고 나서 논란이 예상된다.
15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국무총리실은 16일 DDoS 대란 진정 이후 첫 관계부처 차관급 회의를 열고 기관별 보안대책과 실행계획을 점검키로 했다. 이날 회의에는 행안부·방통위·기획재정부·국정원·경찰청·금융위원회 등에서 차관급 인사가, 청와대에서는 김성환 외교안보수석이 참석키로 했다.
특히 이번 회의는 DDoS 대란이 끝나고 난 뒤 범 부처 차원의 보안대책을 강화하고자 마련된 자리여서 최근 필요성이 제기된 보안 컨트롤타워 논의도 자연스럽게 거론될 전망이다.
그러나 청와대가 외교안보 수석을 대표로 보내 국정원을 주축으로 한 안보라인에 힘을 실어주는 양상이어서 정부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한 관계자는 “이번 사태를 거치면서 보안은 민·관합동 대응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해진 상태”라며 “그런데 민간과 정보공유가 거의 불가능한 정보기관이 총괄 주무부처를 맡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보안업체 한 임원도 “보안 문제는 민간 전문가와 정보를 공유해야 구체적인 대안을 찾을 수 있지만 국정원이 모든 정보를 공개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며 “안보 차원에서 보안 문제를 접근하다 보면 향후 국내 보안산업 경쟁력을 키우는 데도 한계가 분명하다”고 꼬집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국무총리실 산하에 민·관 합동 보안 컨트롤타워 구축 방안을 잇따라 제시하고 있다. 현재 컨트롤타워 주무부처를 놓고 방통위·행안부·국정원 등 부처별 알력다툼이 펼쳐지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어느 한 쪽에 힘을 실어주는 것보다 국무총리실 산하에 두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것이다.
이날 회의에는 이외에도 공공기관 보안 전문가 증원, 위기관리 매뉴얼, 정보보호 예산 등 각종 대책이 논의될 예정이어서 보다 강화된 ‘범 정부 보안종합대책’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DDoS 사태 때 발표한 200억원 규모의 보안장비 구축 계획과 관련해 예산 확보방안도 초미의 관심사다. 재정부는 기존 보안예산을 전용해 보안장비를 구축하는 것에 대해 업계의 우려가 증폭됨에 따라 전자정부지원예산 가운데 미집행 잔고를 국고에 환수하지 않고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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