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론 달라도 `저탄소 녹색성장`은 글로벌 어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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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는 지난달 오는 2020년까지 세계 7대, 2050년까지 세계 5대 녹색강국 진입을 목표로 하는 녹색성장 국가전략을 발표했다. 이제 어느 국가든, 어느 기업이든 녹색성장의 거대한 물결을 거부할 수는 없다. 접근방법과 실행전략 등 각론에서의 차이일 뿐 ‘저탄소 녹색성장’은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글로벌 어젠다가 됐다. 그만큼 지속가능성의 중요성은 전 세계적인 동의를 얻은 상태다. 특히 방송통신 및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의 그린 전략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주목을 받는다. 우선 기술개발을 통해 산업 내에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CO₂)를 자체적으로 저감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다른 산업 분야에 접목돼 에너지 소비, CO₂ 배출을 줄일 수 있는 강력한 도구라는 사실도 간과할 수 없다. 그린IT를 향한 국제적 관심과 빠른 기술 발전 추세에 대응하기 위해 방송통신위원회(KCC)가 ‘2009 방송통신분야 그린IT 동향분석 리포트 vol.1’을 발간했다. 이번 동향 분석 리포트가 제시한 방송통신 분야 최신 그린IT 동향을 소개한다.

 전자신문 미래기술연구센터(ETRC)가 방통위의 의뢰를 받아 발간한 그린IT 동향분석 보고서는 ‘녹색 방송통신 기술개발’에 초점을 맞췄다. 방송통신 분야 관련 녹색 기술의 최신 개발동향과 접목 사례 등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해 정부 정책 수립은 물론이고 기업 전략 마련의 기초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표준화 및 연구 프로그램 개발=국제전기통신연합(ITU),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등 주요 국제기구의 방송통신분야 그린IT 활동은 표준제정 및 연구 프로그램 마련 등에서 두드러진다. ITU는 지난 5월 4일 표준화 그룹 중 하나인 ITU-T에서 환경과 기후변화 문제를 다루기 위한 스터디 그룹을 새롭게 구성했다. ICT로 인한 온실가스(GHG) 배출량 및 ICT를 활용한 타 산업 분야 GHG 감소량 산정 방법론 모색, 전력소비 및 자원사용을 효율적으로 줄이는 전력공급 방법론 모색 등의 작업을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특히 관련 표준화 작업반에 우리나라 ETRI의 김은숙 박사가 부의장에 선출돼 향후 이 분야 우리나라의 표준화 선도 가능성에의 기대감도 높다.

 유럽연합(EU)은 지속가능한 발전(sustainability)을 달성하는 수단으로 ICT의 역할에 집중한다. 지난 3월 EU 집행위원회는 에너지 효율성 제고를 위한 ICT 정책안을 채택함으로써 향후 10년간 ICT로 에너지 사용을 감소시키겠다는 방침이다. GHG 배출량을 15%까지 감축시켜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인 셈이다. 당시 비비안 레딩 EU 정보·사회 미디어 위원장은 ICT를 바탕으로 한 에너지 효율화 부문의 연구개발 예산을 2010년 11억유로, 2013년에는 17억유로를 투입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린IT 개발 및 활용=통신 및 방송 사업자들은 더욱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활동을 모색한다. 미국 최대 통신방송사업자인 AT&T는 이미 다양한 에너지 소비 감소 기술을 개발하고 실제로 적용한 지 오래다. 텍사스 오스틴 지역에 있는 모든 AT&T 시설에 사용되는 전력의 10%를 충당하기 위한 풍력발전기를 설치했다. 캘리포니아 산 라몬 지역에는 1㎿ 용량의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했다. 지난해 10월엔 미국 내 건물에 설치된 총 31만대의 데스크톱PC에 사용하지 않을 때 전력을 PC에 적게 공급되도록 하는 ‘야경꾼(NightWatchman)’이라는 SW를 설치했다. AT&T는 이를 통해 1억3500만킬로와트(㎾h)의 전기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를 통해 12만4941톤의 CO₂배출을 줄일 수 있다는 구상이다.

 미국 3위 이동통신사업자인 스프린트는 지난 4월 2000만달러의 운영비용 절감과 함께 1만450톤의 CO₂ 배출 감소 효과를 얻었다고 발표했다. 11개월간 127가지의 불필요한 애플리케이션을 줄이고 2239개의 서버를 재조정하면서 얻은 효과다. 스프린트는 이 같은 활동을 지속, 2015년까지 총 15%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겠다는 전략이다. 스프린트는 지난 2005년부터 250개 이상의 연료전지 기지국·중계기를 설치했다.

 다른나라 사업자의 활동 역시 활발하다. 영국 최대 방송사업자인 스카이는 오는 2011년 스카이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 채널이 서비스를 시작할 런던 신규 사옥에 지속가능한 방송 설비를 구축하기로 하고 2억3300만파운드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앞서 지난 1월까지 총 4년간 스튜디오 조명에서 나오는 열을 자연통풍으로 배출되게 하고 풍력발전으로 빌딩 조명에 필요한 에너지의 90%를 충당하는 등 각종 활동을 통해 전체 그룹의 CO₂배출량을 16% 줄였다. 일본의 NTT도코모는 CO₂ 감소를 위한 ‘ICT 에콜로지 센터’를 운영 중이다. 이 센터에서는 NTT도코모가 2010년에 계획하는 차세대 고속 무선통신 기술인 ‘LTE(Long Term Evolution)’ 도입으로 인해 배출될 CO₂를 감소시킬 기술개발이 진행된다. NTT도코모는 오는 2011년 3월까지 실험을 거쳐 차세대 통신에서 기존 통신설비보다 CO₂ 배출을 줄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기술개발 범위와 효과측정 방법론 개발=국제기구나 주요국들은 그린IT를 국가 전체적인 관점에서 전략적으로 접근한다. 그린IT를 하나의 정책이 아닌 전반적인 사회 변혁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 특히 방송통신 기술, 혹은 ICT가 CO₂를 배출하는 원인이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해결책이라는 것에 주요 국제기구나 국가 모두 동의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개별 국가, 국제기구, 사업자들이 그린IT를 추진하는 각 세부 방향엔 명백한 차이가 존재한다. 특별히 녹색 방송통신 ‘기술’ 영역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있는 사례도 드물다. 정보통신기술 자체에 근본적인 ‘그린’ 속성이 내재돼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재명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장은 “IT업계의 기술은 언제나 전력, 에너지를 적게 사용하는 방향으로 기술을 개발해 왔다. 다만 최근 기후변화가 글로벌 긴급 이슈로 부각되면서 특별히 ICT의 녹색 속성이 부각되고 강조될 뿐”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녹색 방송통신 기술의 범위와 개념을 명확하게 설정하는 것이 선결 과제로 떠올랐다. 지난 5월 열린 ‘ICT, 환경 및 기후변화에 관한 OECD 콘퍼런스’에서 그레이엄 비커리 OECD 과학기술산업사무국(DSTI) 국장은 “그린 ICT라는 제목을 내걸고 진행되는 수많은 국가적 프로젝트가 혹시 이전부터 해오던 일이 아닌지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무엇이 녹색 방송통신을 위한 기술인지를 명확하게 파악하는 게 우선 필요한 작업이라는 지적이다.

 따라서 그린IT 동향 보고서는 결론적으로 “녹색 방송통신을 위한 그린IT 개발의 상세한 로드맵을 작성하는 것이 선결 과제며 녹색 방송통신 기술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는 명확한 효과측정 방법론(measurement)의 개발 및 활용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최순욱 ETRC 연구기자 choisw@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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