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의 융합을 가속화하는 보험업법 개정안과 자본시장법, 금융·비금융 회사간 연계할 수 있는 금융지주회사법, 공정가치평가를 요구하는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 현금흐름 방식의 보험료산출체계(CFP) 도입, 위험기준자기자본(RBC)으로 대표되는 리스크 중심의 감독규제. 이는 보험업을 둘러싸고 새롭게 변화되고 있는 각종 법규와 규제준수 사항들이다. 보험업계의 경영환경이 큰 변화를 맞이한 셈이다. 관련 IT시스템도 대대적으로 개편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이렇다 할 대응방안을 마련하지 못해 혼란만을 가져오고 있다. CIO BIZ+는 대표적 컨설팅회사인 삼일PwC와 함께 각종 법규 및 규제준수 사항에 따른 보험업계의 비즈니스 및 IT 변화, 보험사의 대응방안 등 ‘법·규제 변화에 따른 보험업계 IT이슈’을 2회에 걸쳐 연재한다.
① 법규 변화에 따른 보험사의 비즈니스 변화
② 비즈니스 변화에 따른 보험사의 IT대응
보험업계를 둘러싼 변화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완화되는 관련 법규이며 다른 하나는 강화되는 규제준수 사항이다. 자본시장통합법과 개정된 보험업법, 금융회사지주법은 보험사에게 지급결제 허용, 보험판매전문회사 제도 도입, 보험상품 개발 자율성 부여, 손·생보 교차판매 확대 등을 가능하게 할 전망이다. 이와 반대로 K-IFRS, CFP, RBC 등은 투명성 강화 및 리스크 최소화를 위해 보험사의 의무사항을 강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판매채널·서비스 다각화 등 새로운 기회 열려=보험업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 법규는 개정을 추진 중인 보험업법이다. 이 중 핵심 내용은 보험판매전문회사 설립 등 판매채널에 대한 변화다. 개정된 보험업법은 보험판매전문회사 설립 등 소비자 중심의 판매채널 정비를 요구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전자 유통대리점인 ‘하이마트’처럼 다양한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보험업계의 하이마트가 설립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보험판매전문회사는 판매에 대한 계약기준이 명확하게 마련될 예정이어서, 과거 방카슈랑스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방카슈랑스는 보험 판매에 대한 책임 소재가 명확하지 않아 성공적인 판매 채널로 자리 잡지 못했다. 보험상품의 개발 절차도 간소화된다. 자율상품에 대해 내부통제 절차만 거치면 자율적으로 보험상품을 개발, 판매할 수 있다.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상품의 교차판매도 늘어난다. 이러한 변화는 제조(보험사)와 판매(보험판매전문회사)의 분리를 가속화 시킬 전망이다.
보험사는 보험판매전문회사의 매출액 비중을 높이면 전속 대리점을 줄일 수 있어 사업비 절감이라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보험료 협상 부문에서는 대고객 업무를 수행하는 보험판매전문회사에 끌려 다닐 수 있기 때문에 대형 보험판매전문회사와 전략적 제휴가 필요하다. 중소 보험사는 보험판매회사의 통제를 받거나 인수합병을 통해 대형화를 시도할 것으로 예측된다.
현재 보험판매전문회사 설립은 대형 생명보험사나 외국계 보험사를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검토되고 있다. 향후 보험판매전문회사를 운영하려면 별도의 판매영업시스템 등을 구축해야 한다. 보험사도 상품개발 과정에서 보험판매전문회사의 의견을 반영한 상품설계가 신속하게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상품처리시스템을 고도화해야 한다. 고객의 요구를 즉각적으로 반영하지 못할 경우, 보험판매전문회사로부터 외면받을 수도 있다. 물론, 상품 설계에 대한 내부검증프로세스나 시스템을 마련해 부실한 상품이 설계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또 하나의 기회는 개정된 보험업법이 시행되면 보험사도 개인 중심의 소액결제 서비스가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고객은 보험사에 계좌를 개설하고 보험료 납부, 자동이체서비스 등을 이용할 수 있다. 보험사는 고객에게 보험료나 증권수수료 할인을 비롯해 심지어 주유할인 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다. 이를 기반으로 보험사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기존에 은행 연계만을 통해 이뤄졌던 소액결제 서비스를 직접 제공함으로써 종합금융회사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회를 잡으려면 보험사들은 기존 설계사들의 역량 개발과 다양한 상품개발을 추진해야 한다. 불완전 판매율 감소를 위한 대응책도 마련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보험판매전문회사의 설립 등을 통해 새로운 판매채널에 대응하고 사업 다각화를 추진, 금융종합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유태준 삼일PwC 상무는 “다양한 법 개정으로 보험사들의 대형화와 세계화가 촉진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알리안츠나 악사 같은 선진 보험중심지주회사들의 경영관리 체계를 벤치마킹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리스크관리는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인=최근 경영환경에서는 리스크를 누가 더 잘 관리했느냐에 따라 보험사의 경쟁력이 좌우된다. 그만큼 리스크관리에 대한 규제준수 사항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지난 4월 시행된 RBC제도는 유예기간을 2년 두긴 했지만, 회사별 지급여력 비율을 대체하기 위해 리스크의 측정 범위를 운영·보험·시장·신용리스크 등으로 확대 측정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보험사들은 오는 2011년 RBC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이전에 회사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위험과 수익률 관점에서 균형을 맞추도록 변경해야 한다. 따라서 기존에 ALM시스템을 보유한 보험사는 시스템을 정비, 보완해야 한다. 아직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보험사는 이른 시일 내 리스크를 측정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본격적인 도입 이전에 회사 내부적으로 여러 차례 시뮬레이션과 상품변경 등의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시간이 많은 상황은 아니다.
CFP도 보험사가 대응해야 할 주요 규제준수 사항이다. CFP는 기존 방식과 달리 해약, 손실 등 보험 만기기간까지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변수를 반영해 보험사의 손익을 산출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미래의 현금가치도 고려해 현 시점보다 가치가 떨어졌을 것을 대비, 할인도 적용하게 된다. 기존의 보험가격산출방식은 단순히 보험 만기기간까지 보험료와 납부 개월수를 곱해 산출하는 방식이다. 이는 보험료 결정 및 손익 관리가 어렵고 국제적 추세에도 맞지 않다. 보험사들은 이러한 CFP 방식을 적용, 보험사의 손익을 산출하고 준비금을 적립해야 하기 때문에 관련시스템 구축이 요구되고 있다.
유 상무는 "선진 보험사가 도입한 내재가치(EV), 시장기준내재가치(MCEV), 변액보험리스크관리(VIRM), 자산부채관리(ALM) 등과 같은 리스크관리시스템 도입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보험사가 지급결제 서비스를 하게 됨에 따라 고객정보관리나 지급결제 과정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도 예방해야 한다. 이를 위해 사후 감사 중심의 현행 감사 체계를 상시 감사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또 현업 및 현장 중심의 감사에서 IT중심의 감사로 전환해야 한다. 즉, 담당자의 경험과 역량에 치중했던 감사업무를 표준화해 전산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외에 자본시장법과 보험업법 개정에 따라 고객확인의무(KYC) 제도가 도입돼 보험상품 판매 시 주요 사항에 대한 설명을 의무화하게 된다. 또 소비자에게 부적합한 상품을 권유할 수도 없다. 이를 위해서는 직원 교육은 물론, 고객정보관리 및 분석을 강화해야 한다.
◇K-IFRS 도입, 재무시스템 대대적 개편 요구=보험사도 K-IFRS 도입으로 회사의 재무제표 항목을 미래의 여러 변수와 변화된 현금가치 등을 반영한 공정가치로 평가해야 한다. 이로 인해 공정가치 산출 시스템 및 프로세스에 대한 대대적인 정비가 요구된다. 대표적으로 대출채권에 대한 공정가치 평가가 이에 해당한다. 기존에 대출채권은 공정가치로 평가할 필요가 없었으나 K-IFRS 도입으로 공시 의무사항에 포함돼 공정가치 평가가 필요해졌다. 그러나 기존 시스템으로는 이를 평가할 방법이 없어서 신규로 가치평가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으나 K-IFRS4 보험계약 2단계에서는 보험부채의 시가평가를 의무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서는 보유계약에 대한 미래 현금흐름 추정이 필수적이고, 자산운용수익률을 고려한 할인율 조정도 결산마다 필요하다. 이는 CFP와 유사한 시스템 구조로 되어 있어 CFP를 산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보유한다면 상대적으로 쉽게 처리할 수 있다.
앞서 IFRS를 도입한 유럽사례를 보면, 도입전과 비교해 공시 정보량이 50% 이상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또 재무정보의 보고단위가 개별 재무제표에서 연결재무제표로 변경됨에 따라 종속회사에 대한 재무정보 입수가 중요해졌다. 이를 위해 단기적으로는 공시를 위한 데이터마트를 구축해 종속회사를 포함한 마감정보를 집중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지배회사와 종속회사간 재무시스템 통합으로 결산기일 단축과 마감정보의 정합성을 높여야 한다.
이와 함께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마감하려면 종속회사의 결산일정을 점검하고 이를 앞당길 수 있도록 업무프로세스재설계(BPR)가 선행돼야 한다. 지분구조가 복잡한 경우에는 장기적인 시스템 통합을 전제로 연결시스템을 구축해 공시 강화에 대응해야 한다.
유태준 삼일PwC 상무
신혜권기자 hk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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