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의 구매제도 개편과 협력사 지원 확대 천명은 개방과 공유를 기본 가치로 ‘상생’ 및 ‘투명’ 경영을 본격화하겠다는 신호탄이나 다름없다. ‘최저가 입찰제’를 폐지하고 ‘일물복수가’를 적용하겠다는 것은 KT와 협력사 간 기존 갑을 관계를 청산하는 동시에 더욱 많은 협력사를 동반자로 포용해 IT 생태계 선순환 구조에 일조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상생방안의 골자는=‘일물복수가’ 적용과 협력사 상생 지원이다. ‘일몰복수가’는 당초 예정 가격 이하로 입찰이 진행됐을 때 종전처럼 최저 가격을 선택하는 게 아니라 차순위 혹은 차차순위 가격을 선정 기준으로 삼는 제도다. 최저가 입찰제로 인한 협력사 간 출혈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포석이다. 그뿐만 아니라 그간 관행적으로 자행된 고질적 납품 비리를 차단하겠다는 뜻도 담겨 있다.
우수 협력사 다년 계약 및 물량 보장은 협력사 경영 안정에 기여하기 위한 조치다. 협력사가 원가나 품질 등에서 사전에 합의된 성과목표를 달성하면 KT 연간 구입 물량의 30%를 2년간 납품할 수 있도록 했다. 종전에는 1년, 20%에 불과했다.
형식적인 상생 지원이 효과가 미미하다는 판단 아래 불필요한 낭비 요인을 제거, 원가를 절감할 때에는 최대 50%를 가격에 반영하는 등 협력사가 체감하는 지원이 이뤄지도록 할 방침이다. 금융지원 또한 시중은행에 비해 약 1%포인트 낮은 금리로, 2차 협력사로 확대·적용된다. ‘글로벌시장 동반진출’은 국내 성공모델을 발굴, 협력사와 동반진출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다.
◇추진 의지가 실무진까지 내려와야=상생방안이 성공적으로 뿌리를 내리려면 KT 임직원의 자발적인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전에도 납품 비리가 발생할 때마다 구매제도 개선안이 발표됐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이날 발표회에 참석한 협력사 최고경영자들도 KT 상생방안에 기대감을 표시하는 동시에 이 같은 우려를 표시했다. 한 CEO는 “실무진으로 내려가면 용두사미가 된다”며 대책을 주문했다. 아예 임원이나 실무진이 이를 어겼을 때 강력한 제재가 뒤따라야 한다는 얘기도 그래서 나온다.
KT 역할론에의 주문도 제기됐다. 또 다른 CEO는 “KT의 과감하고 혁신적인 상생방안에 기대가 크다”며 “중소기업이 기획력이 약하기 때문에 차세대 혹은 차차세대에는 어떻게 할 것인지 KT가 중장기 비전을 제시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석채 회장은 “오늘 발표한 내용은 반드시 실천하겠다”며 “상생방안은 끝이 아니고 시작으로, 미진한 부분은 앞으로 보충하겠다”며 강력한 추진의지를 피력했다.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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