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포럼] 남북 경제협력의 좋은 모델 `S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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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북관계가 위기에 처해 있는 요즘, 남북 문제에 관해 글을 쓴다는 것은 어떻게 생각해도 어려운 일인 것 같다. 나는 다만 기업인의 한 사람으로서 개성공단의 사태를 보면서 ‘저기 투자하신 사장님들 마음은 어떠실까. 애가 많이 타시겠구나!’ 하는 동병상련의 마음이 생긴다.

 중국이나 베트남에 공장을 두는 것이 일반적인 시절에 개성공단에 공장을 설립한 이유가 단순히 비용이 싸다는 이유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들의 마음에는 작은 힘이지만 언제가는 다가올 통일에 힘을 더하고 싶은 바람이 있었을 것이다. 예전과 달리 무력으로 통일되는 시대는 지났으니 가장 원만하고 자연스러운 통일의 방법이 경제를 거친 통일이라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다. 독일이 경제를 바탕으로 해 통일한 대표적인 사례다.

 우리가 북한의 존재를 완전히 무시하고 살 수 있을까. 아무리 미운 자식이라도 부모는 그 자식을 하루도 마음에서 떼어 놓을 수 없는 것처럼 북한도 여러 가지로 우리를 힘들게 해도 우리가 북한을 무시하거나 잊고 살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민간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면 아무래도 경제 협력이 가장 좋은 방안이라 생각된다. 개성 공단과 같은 경제 협력 방안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겠지만, 요즘 같은 사태가 발생하는 것을 염두에 둔다면 당장의 좋은 협력 방안은 아닌 듯 싶다. 그렇다면 IT 분야, 그중에서도 SW 관련 분야의 협력은 어떨까. SW 분야는 물리적인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통신 시설만 있다면 특별한 설비 투자가 필요하지 않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우리의 기술력·아이디어·경험과 북한의 우수한 SW 인력이 함께할 수 있다면 좋은 협력 모델이 생길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심각한 SW 인력난을 겪고 있다. SW 업종이 3D 업종으로 인식돼 갈수록 컴퓨터 관련 학과의 정원이 줄고, SW 종사자의 수가 필요 인원에 비해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비해 북한의 개발자들은 이미 중국에 진출한 몇몇 기업이 경험한 바와 같이 실력도 뛰어나고 의사소통에도 아무 문제가 없어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중국에서 개발자의 단가가 한족, 조선족, 북한 개발자의 순인 것만 봐도 북한 개발자들이 얼마나 매력적인 인력인지 알 수 있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기술들을 북한 개발자들이 다 갖추고 있지 않을 테니 SW 분야에서 북한과 협력하기 위해 선행될 일은 교육이다. 다행히도 오래전부터 옌볜과학기술대학이 중심이 돼 평양과학기술대학의 설립을 준비해 오고 있어 이 문제는 많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필요한 것은 우리의 SW 개발 습관을 바꾸는 일이다. 나를 포함한 우리나라의 SW 개발자들은 면 대 면으로 직접 말로 설명해주고 일을 나눠서 하는 일에는 익숙하지만, 원격지의 개발자들과 문서를 이용한 협업은 어려워한다. 북한 개발자들과 협업을 하려면 말로 전달되던 내용을 설계 단계부터 모두 문서화해 협업할 수 있는 훈련이 필요하다.

 이와 같은 것만 준비된다면 북한과 SW 분야의 협력이 쉬워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SW 인력 구인난을 해결할 수 있고, 북한은 프로젝트 수행 경험을 배우게 되고 경제적 이익도 얻게 될 뿐 아니라 요즘과 같이 정치적 이슈가 생기더라도 별로 방해받지 않는 좋은 경제 협력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남북의 개발자들이 어우러져 함께 일하다 보면 어느덧 통일은 한발 더 가까이 우리에게 와 있으리라고 생각해 본다.

이수정 이포넷 사장 sjlee@e4ne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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