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녹색비즈니스의 핵심은 ’자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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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니스모델(BM)도 확실하고 발전소 건설 허가도 다 받았는데 사업을 실행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자금이더군요.”

 말레이시아에서 청정개발체제(CDM) 사업을 위해 발전소 건설을 추진 중인 한 그린비즈니스 업체 임원의 말이다. 이 임원은 발전소를 짓는 데 1300억원 정도가 소요되는데 초기에 1000억원이 없거나 예치금 등을 포함한 300억원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한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이 임원은 말레이시아 프로젝트를 만드는 데 총 2년 반이 걸렸는데 자금을 확보하는 일에만 1년 반이라는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탄소배출권 사업이 유망하다고 하지만 역시 자금이 없으면 허사다. 이 임원이 깨달은 것은 자금이 핵심 요소라는 점이다.

 ‘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말은 이제 적어도 대한민국 안에서는 보통명사가 됐다. 저탄소 녹색성장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못하더라도 한번쯤은 들어봤음 직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저탄소 녹색성장이, 미국·일본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그린 혁명’이 한창이다. 많은 기업이 부푼 꿈을 안고 그린비즈니스에 뛰어들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기업이 녹색기업으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린비즈니스로 돈을 벌어들인 성공기업으로 제너럴일렉트릭(GE)을 꼽는다. 에코매지네이션(ecomagination)으로 유명한 GE는 청정 기술 투자 확대와 환경 사업 매출 증대, 온실가스 배출 감축과 에너지 효율 향상, 경영 투명성, 물 사용 절감을 5대 전략으로 삼아 환경 친화적인 제품으로 매년 10% 이상의 매출 신장을 보여주고 있다. 실제로 최근 발간한 ‘2008 에코매지네이션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친환경 제품 매출액이 지난 2007년에 비해 21% 증가한 170억달러에 달했다. 친환경 제품종류도 2005년 17개에서 80개 이상으로 늘어났다. 기업활동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도 2005년 대비 13% 저감했다. 지난해 청정기술개발에만 14억달러를 투자한 GE는 내년에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15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연구개발투자로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한다는 의미다.

 GE가 그린비즈니스로 많은 돈을 벌 수 있었던 것은 미래를 내다본 비즈니스 모델 확보와 든든한 자금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연구개발 투자와 함께 적기에 시도한 인수합병(M&A)도 한몫했다. 유럽에서 항공기에도 탄소저감할당을 부과하기로 한 데 착안, 그린화에 성공한 항공기엔진 업체를 M&A한 것은 대박으로 연결됐다. 모든 항공사가 탄소배출권 확보를 위해 그린화를 실현한 비행 엔진을 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웨스팅하우스 M&A 역시 결과적으로 GE에 막대한 이익이 됐다. 일각에서는 GE를 두고 막대한 자금력으로 수익을 올리는 자본주의 시대의 대표적인 M&A 업체일 뿐이라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GE만큼 ‘Green is green(달러)’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기업도 없을 듯하다.

 우리 속담에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이 있다. 아무리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더라도 노력하지 않으면 아무런 쓸모가 없다는 말이다. 저탄소 녹색성장 시대로 접어든 지금 ‘비즈니스 모델이 산더미여도 자금이 있어야 보배’라는 새로운 속담이 나올 수도 있을 것 같다.

 주문정 그린오션팀장 mjj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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