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원권 인식 ATM 값 40% 폭락 왜?

 23일부터 유통되는 5만원권 대응 현금자동입출기(ATM) 가격이 대폭락세다.

 가격 하락은 4월 이후 본격화한 것으로 공정거래위원회가 가격 담합 의혹으로 조사에 착수한 것과 때를 같이한다. 예상보다 부진한 수요와 업계 경쟁 때문이라는 ATM 업계 주장이지만 일본에서 핵심부품을 수입해 조립·판매해온 ATM 업계가 그동안 폭리를 취했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22일 정부 및 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금융권 첫 5만원권 ATM 납품에서 대당 3400만원(VAT 포함)에 낙찰됐던 가격은 최근 2000만원대 초반까지 하락했다. 3개월 만에 무려 40%가 떨어졌다. 가격 추이를 보면 3월 우정사업본부가 3400만원에 낙찰한 이후 공정위 조사 착수 소문과 함께 몇 차례 유찰됐다. 이후 가격이 크게 하락하면서 5월 농협이 2300만원에 소량(130대) 계약했다. 최근 국민은행도 기존 기기 가격(2300만원대)과 동일한 수준을 유지했으며, 기업은행은 2000만원대 초반인 2018만원에 계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락 추세를 보면 가격이 2000만원 밑으로까지 내려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이 때문에 일부 은행은 구매를 미루고 있다.

 ATM 업체는 수요 부진과 업체 간 경쟁으로 인해 가격이 급격히 빠졌다고 밝혔다. 모 업체 홍보 담당자는 “영업파트에서 매우 민감해 한다. 업체 간 경쟁이 심해 가격이 내려갔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최초 계약금액이 크게 높았던 것을 두고 “당시 시간이 촉박해 물량을 맞추기 어려워서 그랬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금융가에서는 ATM 업체가 담합해 폭리를 취해오다가, 공정위 조사와 함께 가격을 급격히 낮췄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5만원권에 대응한 제품 가격이 어떻게 기존보다 내려갈 수 있느냐”며 “그동안 관행적으로 담합이 있었으며, 그 부담을 고스란히 은행이 떠 안았다”고 말했다.

 올해 초까지 ATM 업계는 한국은행이 5만원권 도안 확정이 늦어 개발 기간이 짧은데다 수입하는 핵심 부품 가격이 엔화 강세로 많이 올랐다며 기존보다 1000만원가량 상향된 가격(3300만∼3400만원)을 요구했다. 이 금액도 이윤을 최소화한 것이라고 설명해 왔다. 가격이 크게 오르자 은행들은 5만원권 거래가 가능한 ATM 구매에 소극적이었으며 이 때문에 최초 ATM에서 5만원권 인출이 힘들 것으로 예상됐다. 본지 4월 10일자 1면 참조

 공정위는 가격 담합을 조사 중이라고 확인해주면서 진행 상황은 공개하지 않았다. 공정위 관계자는 “결과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1년 이상 후에 나올 것”이며 “아직 공개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김준배·이호준기자 j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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