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반도체·디스플레이·태양전지를 양산할 수 있는 ‘꿈의 공정기술’로 여겨졌던 원통형 대면적 나노패턴 인쇄장비가 세계 처음으로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우리나라 소자 산업에서 가장 취약한 기술 분야로 꼽혔던 전통적인 노광 기술을 대체할 수 있는 개가로 평가된다.
한국전기연구원(원장 유태환 www.keri.re.kr)은 반도체 회로나 고휘도 광학필름, 태양전지 등의 양산 공정에 폭넓게 응용할 수 있는 원통형 나노 소재 원천 기술과 이를 활용한 나노 노광장비를 개발했다고 15일 밝혔다.
전기연구원이 상진미크론, 스리에스엠케이(3SMK) 등과 3년여에 걸쳐 100억원의 연구비를 투입해 개발한 이 기술은 기존 평판 금형의 노광기와는 달리 원통형으로 설계돼 40인치 이상의 ‘대면적’ 소자를 인쇄할 수 있다. 인쇄 시간은 기존보다 대략 10∼100분의 1로 단축시켰다. 특히 소자 위에 나노미터(10억분의 1미터) 크기의 미세무늬(나노 패턴)를 대면적으로 연속해서 새길 수 있어 차세대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태양전지 등의 양산에 획기적 기술로 평가되고 있다.
그동안 국내외 기업 및 연구소들이 평판 금형을 짜깁기하는 방식 등으로 나노패턴을 대면적으로 양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자 다각도의 연구를 거듭했지만 패턴의 불연속, 오차 등으로 인해 아직까지 만족할 만한 수준의 장비 및 기술은 나오지 않고 있는 상태다.
전기연구원 오현석 박사팀은 롤러 형태의 원통형 인쇄 방식과 자기부상기술을 접목해 문제를 해결했다. 원통형은 끊김이 없이 대면적으로 패턴을 새겨넣는 것이 가능하고, 대면 방식의 사각형 평판 금형과 달리 선이 맞닿는 형태로 인쇄되기 때문에 간격에 의한 오차 범위도 크게 줄어든다. 여기에 비접촉 자기부상기술을 적용하면 나노미터급의 정밀한 이송과 회전이 가능하다.
해외 일부 기업이 독점해 온 노광장비의 국산화는 국내 산업계의 경쟁력을 한 단계 높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대표적으로 전량 수입에 의존해 온 고가의 디스플레이용 고휘도 광학필름을 국내에서 만들 수 있게 됐다. 또 차세대 디스플레이 제품용 광학소자, 전자기기 외장 고급화용 필름, 화폐 및 상품권 보안용 홀로그램 필름, 고효율 태양전지 및 연료전지 패널, RFID태그, 고휘도 LED조명 등의 국산화도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현석 박사는 “차세대 반도체, 디스플레이의 핵심 공정인 첨단 인쇄전자 분야의 새로운 원천기술을 확보해 이 분야의 세계 경쟁에서 우리나라가 한발 앞서 나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며 “반도체 디스플레이 뿐 아니라 태양전지 등 대면적 나노인쇄가 필요한 여러 산업 분야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한편, 전기연구원은 오는 16일 밀양나노센터 개소식에 맞춰 이 기술을 대외에 공개할 예정이다.
창원=임동식기자 dsl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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