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스펙`이 모든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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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업대란’이라는 단어가 연일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체감 실업률이 15%대에 진입했다는 소식과 함께 구직자는 이른바 ‘스펙’이라고 불리는 서류상 조건을 높이는 것에 몰두하고 있다고 한다. 오죽하면 ‘스펙증후군’이라는 말이 생겨났을까 싶은 마음에 쓴웃음까지 난다.

 사실, 기업에서 사람을 뽑을 때 스펙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다. 아무런 상대방의 정보 없이 사람을 뽑을 수는 없는 노릇이며, 그 사람의 객관적인 조건은 지금까지 살아온 나날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생 중 가장 감수성이 뛰어난 황금기를 보내는 젊은이가 스펙에 목숨 걸고 학교와 도서관만을 전전하는 모습에는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스펙 높이기에 열중한 나머지 정작 중요한 것은 놓치지 않을지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스펙 높이기에 너나 할 것 없이 집중하다 보니 스펙 인플레 현상이 일어나고, 화려한 스펙 자체가 객관적으로 그 사람을 평가하는 데 오히려 방해가 되는 때도 있다.

 스펙은 참고사항이며 사전지식일 뿐, 그 사람이 우리 회사에 맞는 사람이라는 것을 보증해 주는 것은 아니다. 막상 뽑아놓고 보면 학교 성적이 좋지 않아도 업무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학점과 토익성적이 상위권일지라도 문제 해결력과 친화력에서는 낙제점인 신입사원들도 무수히 봐 왔다. 면접과정을 거쳐 최대한 우리 회사에 적합한 사람을 뽑는다 해도 사실상 겪어보기 전에는 업무 적성을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다.

 스펙이란 말은 원래 전자제품 성능과 기능을 설명하는 ‘specification’의 줄임말로, 전자제품 구입 시 해당 제품의 이해를 돕기 위한 수치 자료다. 객관적인 정보가 수치화돼서 나타나므로 제품 평가나 성능을 이해하는 데 유용하다. 그렇다 보니 IT 제품 역시 스펙 업그레이드 경쟁이 치열하다.

 빠르게 이루어지는 기술 발전에 발맞춰 화려하게 변신하고 있는 CCTV 제품도 화소수가 점점 더 높아지고 야간촬영을 위한 기능을 추가하는 등 스펙 경쟁을 벌이고 있다. 아날로그 기반의 CCTV들이 네트워크화되면서 좀 더 효과적인 영상감시가 가능한 네트워크 카메라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화질이나 기능 면에서도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일부 네트워크 카메라 제품은 범인 얼굴의 점 하나까지 잡아내는 선명한 HDTV급 화질을 구현하면서 드라마나 영화에서 등장하던 과학수사를 현실로 실현해 주기도 한다.

 하지만 구직자 스펙이 그 사람의 진정한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하듯, CCTV 스펙 역시 제품의 진정한 기능을 보여주기 힘들다. 심각한 취업난에 구직자의 스펙이 인플레되고 있는 것처럼 전자제품의 스펙 역시 과장되는 사례가 생기고 있다. 한 예로, 기존 아날로그 CCTV는 화소수가 높다 해도 실제로 촬영 영상을 살펴보면 선명도가 떨어진다거나, 색감을 잡아내는 능력이 부족하고 화면번짐이 심해 높아진 화소수만큼의 기능 개선을 기대하기 힘든 때가 대부분이다. 영상감시 카메라 제품이 스펙에 명기된 만큼의 성능을 내는지는 촬영영상을 직접 눈으로 확인해 보기 전까지는 힘들어진 것이다.

 진정한 실력은 드러나게 마련이다. IT 제품 역시 스펙상 기능이 실제적으로 구현되는지, 표현과 실제로 구현되는 성능에 차이점은 없는지 극명하게 드러난다. 카메라는 촬영영상을 직접 확인하게 되면 화질 차이를 바로 느낄 수 있으며 벤치마크 테스트 등을 거쳐 스펙상 기능이 실제로 가능한지 확인해 볼 수 있다.

 인재를 채용하고자 하는 기업이 스펙을 뛰어넘는 진정한 실력을 가려내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처럼, 인명과 재산을 보호해 주는 역할의 CCTV를 선택하는 일 역시 좀 더 신중한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윤승제 엑시스커뮤니케이션즈 지사장 alex.yoon@ax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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