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 자체 보관소 또 만든다

중복투자 논란 속 업계 `고사 위기`

 국가가 공인한 민간 공인전자문서보관소(이하 공전소)가 6곳이나 운영 중임에도 불구하고 행정안전부가 이를 활용하지 않고 수십억원을 들여 자체 전자문서보관소를 따로 만들기로 해 예산 낭비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1일 관련업계 및 관계기관에 따르면 행안부 산하 행정정보공유추진단은 올해 50억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 정부 각 부처의 민원서류를 전자화해 보관할 수 있는 전자문서보관소를 만들 계획이다.

 추진단은 전자문서보관소를 행정정보공동이용시스템과 연동해 민원서비스 제공기관에 전자 서류의 열람·참조서비스를 제공, 원스톱 민원서비스를 앞당길 방침이다.

 하지만 행안부가 만들기로 한 전자문서보관소는 지식경제부 산하 한국전자거래진흥원의 인증을 통해 설립된 공전소와 기능과 역할이 거의 똑같아 중복 투자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현 공전소를 활용하면 새로운 시설투자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운영 중인 공전소 6곳은 민간의 이용률이 매우 낮아 거의 ‘개점 휴업’ 상태와 마찬가지다. 공전소 사업자들의 반발이 거센 이유다.

 KTNET·삼성SDS·LG CNS 등 주요 공전소 사업자들은 2년 전부터 100억원 안팎의 거금을 투자해 인프라를 구축했지만 이용률이 낮아 연간 매출액이 5억원도 넘지 못하고 있다.

 공전소 사업자 한 임원은 “정부가 전자문서 활성화를 위해 공전소 사업을 권해놓고는 정작 자신들은 이를 활용하지 않고 별도의 보관소를 만들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공전소 이용률이 높아 여지가 없다면 모르겠지만, 인프라 활용률이 10%도 넘지 않는 상황에서 거금을 들여 또 다른 보관소를 만드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공전소 사업자들은 행안부가 자체 전자문서보관소 설치를 강행하게 되면 다른 정부부처도 비슷한 사업 시 보관소를 제각각 설치할 가능성이 높아 공전소 업계가 고사 위기에 내몰릴 것으로 전망했다.

 공전소 사업을 감독하는 지경부도 이 같은 우려를 감안해 행안부에 기존 공전소를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했으나 행안부는 국민 정서와 제도적 문제를 들어 이를 거부한 상태다.

 행정정보공유추진단 관계자는 “공전소 사업자들이 공인을 얻었지만 민간 기업”이라며 “주민번호나 개인재산권과 관계된 서류를 민간기업에 맡긴다는 자체를 국민 정서상 용납할 수 없는데다 공전소는 당초 설립 목적이 민간의 전자문서를 보관·유통하는 것으로 규정돼 공공기관 문서를 취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공전소의 인프라를 이용하되 관리권을 행안부가 넘겨주지 않으면 새로운 인프라 투자 없이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보 검색이나 열람 시 로그 기록이 남는만큼 보안 문제는 기술적으로 얼마든지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한 관계자도 “지난 4월 민원서비스선진화 계획을 수립하면서 지경부의 요구로 공전소 활용 방안이 제기돼 여러모로 검토한 결과, 관리와 관련한 기술적 문제는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하지만 행안부가 민간 인프라의 신뢰성을 줄기차게 제기하면서 무산됐다”고 말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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