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을 현실로] (12)아이들에 대한 배려가 감수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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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원에 가야 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는 말이 있을 만큼 바쁜 아이가 많다. 어쩌다 놀이터에 가면, 오랜만의 자유를 만끽하느라 여념이 없다. 그네와 시소 몇 개, 그리고 미끄럼틀이 전부라 해도 아이들에게는 롤러코스터가 누비는 놀이동산과도 같다. 날이 어두워져 귀가할 때가 되면, 아이들과의 실랑이가 시작되는데, ‘조금만, 조금만’을 외치는 아이들은 도무지 집에 갈 생각이 없다.

여러분은 이런 상황에서 어떤 생각을 떠올릴까. 대부분의 사람은 아이들을 설득하거나 윽박질러서 집에 데려갈 생각에 몰두할 것이다. 그런데 런던의 건축가 알렉스 마이클리스는 색다른 생각을 했다. 아이들이 그토록 좋아하는 미끄럼틀을 집 안으로 가져오는 상상을 한 것이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의 우측 공간에 미끄럼틀을 배치해 집 안을 신나는 놀이터로 변신시켰다. 이 계단이 집에 있다면, 놀이터에서 뛰노는 아이들을 귀가시키기가 훨씬 수월하겠다.

물론, 공간 배치나 안전상의 문제가 존재하겠지만, 아이들을 세심하게 배려하는 마음은 감수성과 창의성을 극대화해 문제를 해결할 것이다. 상상해보라. 여러분의 집과 놀이기구의 절묘한 조화를… 그런데 옆에 있던 동료가 이런 걱정을 한다. ‘우리 애들이 사달라고 조르면 어쩌지?’

식사시간이면 아이들과 전쟁이 시작된다. 아이들에게 식사시간은 지루하기 짝이 없다. 차분히 앉아서 꼭꼭 씹어 먹으면 좋으련만, 아이들의 관심은 늘 다른 곳에 머물러 있다. 아이들이 최고로 좋아하는 반찬이 아니라면 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이들에 대한 배려는 어떤 상상을 가능케 할까. 시빌 슈퇴클리가 디자인한 ‘에어포크 원’은 비행기와 포크를 결합해 아이들의 식사시간을 즐겁게 만들어준다. 미국 대통령이 타는 에어포스 원과 포크를 결합한 이름도 재미있다.

첫째 아이가 어릴 적에, 숟가락을 비행기, 자동차 혹은 보트인 양 ‘윙∼ 윙∼’ 하고 움직이며 밥을 떠먹이던 기억이 나는데 왜 이런 아이디어를 떠올리지 못했을까.

이제, 지루하고 재미없는 식사시간은 에어포크 원이 이륙하는 흥미진진한 시간이다. 그런데 따뜻한 밥과 반찬을 실은 포크가 입안에 무사히 착륙하지 못하고, 공중에서 계속 선회하거나 엉뚱한 곳에 불시착하는 일이 없기를 바라야겠다.

김원우 KT 중앙연구소 수석연구원, 디지에코 퓨처UI 연구포럼 시솝 wwkim@k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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