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in 게임人] 오원석 국제e스포츠연맹 초대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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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904년 프랑스를 시작으로 네덜란드·덴마크·벨기에·스위스·스웨덴·스페인 7개 유럽 국가가 모여 국제축구연맹(FIFA)을 결성했다. 축구 종주국인 잉글랜드조차 참가하지 않은 초라한 출발이었다.

 FIFA는 결성됐지만 월드컵은 26년 후 1930년 첫 대회가 열렸다. 시작은 미약했지만 105년이 지난 지금 FIFA는 UN 가입국보다 많은 회원국을 가진 세계 최고의 스포츠단체로 성장했다.

 사이버 세상의 FIFA를 만들려는 한국인이 있다. 최근 취임한 오원석 국제e스포츠연맹(IeSF) 초대 사무총장이 그 주인공이다. 오 총장은 세계 젊은이가 가장 열광하는 문화 콘텐츠인 게임을 스포츠로 끌어올린 e스포츠의 세계화를 꿈꾸고 있다.

 오 총장은 e스포츠의 현재 상황을 ‘위기’라고 단언했다. 태동한 지는 10년이 넘었지만 2005년을 기점으로 최고조에 이르렀던 e스포츠는 최근 경제위기와 맞물려 기업 후원이 뜸해지면서 정체기를 면치 못하고 있다.

 후원사인 기업이 선택과 집중을 근간으로 하는 마케팅 전략을 펼치면서 e스포츠 마케팅이 상대적으로 밀렸다는 분석이다. 오 총장은 “e스포츠가 태동기에는 기존 스포츠 마케팅보다 비용 부담이 적어 인텔이나 마이크로소프트 등 굴지의 기업이 후원하려고 줄을 섰다”며 “지금은 달라진 현실을 직시할 때”라고 평가했다.

 그는 “e스포츠를 보는 대중 정서가 바뀌었다거나 e스포츠가 본질적 한계가 부딪혔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며 “이를 겸손하게 듣고 해결책을 세울 것”이라고 연맹의 역할론을 강조했다.

 오원석 총장은 그 해법으로 ‘핵심역량 강화’를 들었다. 그가 말하는 핵심역량은 선수와 경기 그리고 심판 등의 국제 표준을 만드는 일이다.

 오 총장은 “FIFA나 IOC가 힘을 갖는 것은 표준화 키를 쥐고 있기 때문”이라며 “세계 각국 게임 애호가들이 동의할 수 있는 표준을 만들면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표준화를 기반으로 관련 업계나 e스포츠에 관심이 있는 다른 나라의 요구를 통합하는 게 연맹의 장기 비전이라는 말이다.

 이어 그는 “특정 기업의 입김이 작용하면 표준화에 필요한 공정성을 해칠 우려가 크기 때문에 초기에는 정부 지원을 발판삼아 비즈니스 성패에 연연하지 않는 연맹다운 연맹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오원석 총장은 향후 5년간 40여개국을 회원으로 참여시키는 목표를 달성하면 어느 정도 국제연맹의 위상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단기적으로는 아시아 및 유럽 국가와 협력에 주력하면서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북미 지역으로 영향력을 확대해 나간다는 청사진이다.

 월드컵처럼 연맹이 주도하는 국제대회 개최 여부를 놓고 오 총장은 “올해 정식 대회를 개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챌린지 성격의 대회를 개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가 주도하고 있는 국제 e스포츠대회인 월드사이버게임즈와의 관계에 오 총장은 “대립이 아닌 상호이익이 될 수 있는 협력 방안을 충분히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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