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마존의 전자책(e북) ‘킨들’이 더 커졌다.
세계 최대 온라인 서점 아마존은 9.7인치로 액정을 키운 e북 단말기 ‘킨들 DX’를 6일(현지시각) 공개했다. 읽기 편한 큰 화면에 새로운 기능을 추가해 대학 강의 교재, 신문·잡지 독자, 비즈니스맨 등 더 큰 시장을 겨냥한다.
◇더 커진 킨들, 더 큰 시장 속으로=우선 화면이 눈에 띄게 커졌다. 2007년말 첫 선을 보인 킨들과 올해 3월 공개된 킨들 2의 6인치 화면보다 1.5배 이상 커졌다. 판형이 큰 신문이나 잡지, 대학 교재 등을 레이아웃을 바꾸지 않고 바로 볼 수 있다. 일반 소설책 크기의 책에 최적화됐던 기존 모델보다 쓰임새가 많아 더 큰 시장을 공략할 수 있게 됐다.
크기가 커진 만큼 무게는 536그램으로 두 배가 됐다. 두께는 0.38인치(0.965㎝)로 전작과 큰 차이가 없다. 성능도 좋아졌다. 같은 프로세서에 메모리를 4Gb로 두 배 키웠다. C넷은 제품 리뷰를 통해, 이 때문에 반응 속도와 인터넷 브라우저 응답 속도가 빨라졌다고 전했다. 두 배 이상 늘어난 3.3Gb 저장장치에는 약 3500권의 책을 넣을 수 있다.
특히 새로 추가된 PDF 파일 읽기 기능은 개인 문서를 볼 수 있어 비즈니스맨들이 반길 만한 요소다. 기기를 기울여 가로 모드로 책을 읽을 수도 있다. 3세대(3G) 통신망으로 인터넷을 간간히 접속했을 때, 배터리 수명은 2주 정도다. 가격은 130달러 오른 489달러로 정해졌다. 올해 여름부터 판매된다.
◇신문·교과서 업계 구원투수 될까=아마존이 야심차게 내놓은 신작에 업계는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새 킨들은 신문·잡지의 지면을 액정에 그대로 보여준다. 공짜 온라인 신문에 독자를 빼앗긴 종이 매체가 유료 독자를 확보하는 발판이 될 수 있다. 미국의 신문, 잡지사 약 50곳이 킨들 DX 출시에 맞춰 아마존과 계약을 맺었다.
뉴욕타임스(NYT)·워싱턴포스트 등 주요 신문사는 신문 배달이 힘든 지역의 장기 구독자들에게 새 킨들을 저렴하게 제공할 계획이다. 킨들 DX 공개 행사에 참석한 아서 슐츠버거 NYT 회장은 “킨들이 수백만명의 독자를 끌어들일 것”이라며 기대를 드러냈다.
대학 교재업계도 기대감에 들뜨기는 마찬가지다. 크고 무거운 교재를 갖고 다니는 것을 꺼리는 학생을 끌어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피어슨·와일리 등 대학 교재 업체는 올 여름부터 킨들 DX판 교재를 저렴한 가격에 제공할 계획이다. 프린스턴대를 포함한 5개 대학도 올해 가을부터 학생들에게 킨들 DX를 보급해 학습 능력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기로 했다.
하지만 가격이 489달러로 비싼데다가, 소비자들이 전자 기기에 선뜻 지갑을 열지 않는 불황기라는 점은 새 킨들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화면이 흑백으로 너무 단조롭고, 기존 킨들에 비해 휴대성이 떨어진다는 것도 문제다. 알란 무터 벤처캐피털리스트는 “더 작은 기기를 원하는 소비자들이 아이폰이나 넷북으로 몰리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차윤주기자 chayj@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