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을 둘러싼 사업 환경이 극도로 악화돼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됐다. 개성관광 중단과 협력사무소 철수에 이어 통행 제한과 체류직원 조사문제가 이어지더니 급기야 북측이 근로자 임금 인상과 토지 사용료 조기 지급을 요구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우리 기업은 개성공단의 3통(통행·통신·통관) 보장과 생산성 증가가 이루어져야 북측 근로자 임금인상을 고려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여타 분야도 마찬가지다. 금강산 관광은 중단된 지 10개월이 됐고, 민간 기관의 경제협력과 인도적 지원도 크게 축소됐다. 과학기술협력도 제3국 중개교류에서 개성과 금강산을 거치는 직접 협력과 거점 구축으로 발전했으나 이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고 있다. 사실 안보문제로 대치하는 국가 간에 이중 용도 특성이 강한 과학기술협력을 추진하기 어렵다는 것은 만인이 다 아는 사실이다.
이런 현실은 최근 들어 급속히 확대되는 중국·대만의 3통과 뚜렷이 대비된다. 중국은 오래전에 우편·항로 상거래를 뜻하는 3통(통우·통항·통상)을 제안했으나 흡수 통일을 우려한 대만이 3불(접촉·대화·타협 불허)정책을 펴면서 실현되지 못했다. 여기에 변화가 생긴 것은 경기 침체로 어려움에 직면한 대만이 중국과 교류해 활로를 트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대만 기업은 인접한 푸젠성에 데스크톱 중심의 IT산업과 경공업 집적지를 만들어 대거 진출했다. 2000년대에 들어와서는 쑤저우, 항저우 지역에 기술 수준이 높은 노트북PC 관련 기업까지 대거 진출했다. 초기 노동집약산업에서 점진적으로 기술집약적산업으로 이전하면서 경쟁력을 강화한 것이다. 이에 중국 정부는 공단 조성과 인력 공급, 인프라 구축 등에서 다양한 특혜를 베풀어 이를 지원했다. 교류가 확대되면서 양국 정부 간 협의를 거쳐 중국식 3통이 점진적으로 확대됐다. 초기에는 등기우편을 교환하고 대만의 금문도·마조도와 중국 푸젠성 세 도시 간의 항로를 개통하며, 명절에 특별 전세기를 운항하는 등의 제한적 교류인 ‘소삼통’ 수준에 머물렀다. 협상도 반관 반민 형식의 교류협회를 설립해 대행했다. 이것이 2008년 5월의 마잉주 총통 취임 7개월 만에 전면적인 ‘대삼통’으로 확대된 것이다.
중국과 대만 간의 교류 확대는 양국 정부가 정치논리 대신에 기업의 생산성 향상을 중요시하고, 이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안보 문제가 여전하고 이를 우려하는 사람도 많지만 양국 정부가 체제 안정 자신감을 가지고 서로를 자극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만은 분명하다. 대만의 IT와 중국의 자본, 시장이 결합돼 우리 기업을 위협하지는 않을지 우려가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개성공단 협상도 3통 수준을 넘어 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우선시했으면 좋겠다. 우리의 3통은 오랫동안 중국의 삼통보다 앞섰지만 최근 들어 역전되고 있다. 여기에는 북한의 핵실험과 로켓 발사, 금강산 총격사건, 새 정부의 ‘비핵·개방·3000’을 둘러싼 오해와 갈등 등이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이런 문제가 전반적인 분위기를 단번에 되돌려 놓기에는 너무나 큰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어려울 때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 단순한 것에서 대화의 물꼬를 터야 한다. 현지에 입주한 우리 기업과 여기서 일하는 북측 근로자의 마음을 헤아려야 한다. 지금이 어려워도 후에 이것이 씨앗이 돼 전면적인 3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야 한다. 자칫하면 남북관계 전반을 무너뜨리고 이를 회복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을 허비할 것이다. 3통을 넘어서 마음이 통해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남북협력팀장/cglee@step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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