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칼럼] 과학은 정치에서 분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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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건복지가족부는 최근 황우석식 줄기세포 연구를 재개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수년간 과학계의 배아줄기세포 연구재개 요구를 윤리문제와 실용성이 없다는 이유로 철저히 묵살해왔던 정부가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연구를 지원하니 시대적 대세라며 태도가 돌변한 것이다. 복지부의 행태에는 일관성도 없고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많다.

 지난달 29일 차병원의 연구를 허용하는 그 자리에서 ‘황 박사의 연구재개는 힘들 것’이라고 피력했다. 그동안 재판과정에서 황 박사를 비판했던 주장의 대부분이 과장됐거나 근거가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러나 복지부와 국가생명윤리위원회는 황우석 팀이 제출한 연구승인 신청에 연구책임자 윤리적 흠결을 이유로 두 번이나 불허했다. 황우석 방식 연구가 재개되는데 황 박사는 무조건 안 된다. 새롭게 드러난 명백한 사실과 법적 논리를 들이대도 오로지 윤리라는 잣대만 들이대는 정부의 태도를 보면 법률 위에 종교가 군림하던 중세시대의 종교재판을 연상시킨다.

 행정 당국자들의 바람대로 황우석 논란이 이대로 일축될 것 같지 않다. 오바마 행정부의 강력한 지원을 받는 두 명의 미국 과학자가 ‘황우석 방식 배아줄기세포’의 특허권을 두고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1일자로 공개된 미국 특허청 관련 자료에는 제럴드 섀튼이란 낯익은 이름이 등장한다. 황 박사에게 접근해서 줄기세포 공동연구를 추진했던 그 자가 아닌가. 2006년 2월 미국 피츠버그대학의 조사위원회 보고서에도 섀튼 교수가 황우석 기술을 빌려 특허를 출원했다고 명시했다.

 섀튼의 특허도용 의혹은 무리한 추측이 아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이뤄지고 있다. 그런데도 한국 정부는 황우석 박사는 연구기회조차 받을 생각조차 말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물론 미국 내에서도 황우석 방식 체세포 핵이식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향한 윤리적 논란은 거세다. 그러나 미국은 정부가 연구 자체를 막지는 않는다. 영국을 비롯한 경쟁국도 관련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반면에 한국 정부는 국민 대다수의 보편적 상식이 아니라 종교적 색채가 짙은 윤리 잣대로 줄기세포 연구를 재단하고 있다. 노재경 국가생명윤리위원장은 한 방송 인터뷰에서 줄기세포 연구는 특정 종교계의 인정이 필요하다는 식의 발언을 했다. 한국의 미래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과학적 연구는 민주사회 기본원칙에 따른 국민적 합의로 정할 문제지 어느 종교의 시각이 우선돼야 할 이유는 없다.

 오바마 대통령은 과학연구가 어떤 정치적 판단에 의해 제약받지 않도록 하겠다고 선언했다. 종교계의 거센 반발에도 과학연구의 정치적 중립성이라는 원칙에 충실한 것이다. 나는 미국 정부가 줄기세포 연구를 지원하는 것보다 민주국가로서 합리적 판단을 내린 과정을 한국 정부가 본받기를 바란다. 우리가 끝내 과학을 정치에서 해방시키지 못한다면 후손의 미래를 망친 부끄러운 세대로 기록될 것이다.

노광준 경기방송 PD pdnk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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