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덕트 인 차이나’로 인한 국내 통신장비산업의 고사 우려가 현실화됐다. 이미 경쟁력을 거의 상실한 자체 개발·생산기업에 이어 국내 생산을 고집해 온 기업마저 한계 상황에 직면했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진행된 KT의 기가비트이더넷 수동형광네트워크(GE-PON)의 가입자 단말기(ONT) 공급업체 선정 입찰에서 기존 업체들을 누르고 중앙네트웍솔루션이 1위를 차지했다.
이 회사에 이어 2위군에 포진한 업체까지 모두 중국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으로 생산한 제품으로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생산 제품으로는 이들 업체와의 가격 경쟁력이 불가능해졌다는 분석이다.
실제 1위를 차지한 중앙네트웍솔루션의 입찰가는 4만3800원, 2위 업체군은 4만7000∼4만9000원대의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존에 제품을 공급하던 다산네트웍스·유비쿼스·동원시스템즈 등의 납품 가격(5만6000원) 대비 최고 1만2200원 낮은 가격이다. 더 이상 국내 개발·생산은 물론이고 부품을 수입, 국내에서 제조만 하더라도 중국 OEM 가격을 맞출 수 없다는 게 업계 전문가의 설명이다.
KT는 입찰 결과에 따라 1위 업체가 제시한 가격에 납품할 의향이 있는 업체를 요구했고, 나머지 업체 전원이 납품 포기각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KT의 GE-PON ONT는 전부 중국에서 생산된 제품이 차지하게 됐다.
이번 ONT 장비 납품가 인하는 KT가 지난해 하반기 ‘ONT 분리 구매’ 계획을 발표하면서 시작했다. 이 조치로 기존에 전화국 송신장비(OLT)와 ONT를 함께 공급하던 다산네트웍스·유비쿼스·동원시스템즈 등 3사를 포함해 모든 업체를 대상으로 시험평가(BMT)가 새로 진행됐다.
이 BMT에는 중앙네트웍시스템·JDC·텔리언·머큐리·미리넷·다산네트웍스·유비쿼스·동원시스템즈 등이 참여했다. 6개월 동안 수정 기회를 계속 부여해 8개 업체가 모두 BMT를 통과한 뒤 이번 입찰을 진행했다.
업계 관계자는 “경쟁 유도를 위해 8개 업체 모두 BMT를 통과시켰다”며 “납품 단가를 낮추기 위한 KT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국내 산업 고사에 대한 생각은 부족했던 것 같다”며 아쉬움을 표시했다.
또 다른 업체 임원도 “GE-PON은 KT가 광회선으로 가입자들에게 인터넷 서비스를 하기 위해 선택한 유일한 방식”이라며 “댁내광가입자망(FTTH)의 가입자 단말은 앞으로는 전부 중국에서 생산된 제품이라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KT 측은 “비슷한 품질에 더 싼 제품이 있으면 이를 구매하는 것이 기업으로서는 당연한 일”이라고 밝혔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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