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추진위원회가 21일 발표한 ‘국가정보화 실행계획’은 이명박정부의 국가정보화 철학을 실천계획으로 처음 구체화했다는 의미가 있다. 정보화를 이용해 13조30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사회·경제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담았다. 지금까지 정보화 하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예산만 축낸다는 인식이 팽배했던 것을 감안하면 ‘코페르니쿠스적 발상 전환’에 가깝다.
첨단 유비쿼터스 산업 활성화 등으로 14만여명의 청년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계획도 국가정보화의 진일보한 개념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정보화로 일자리 창출·정보기술(IT) 산업 활성화·사회 비용절감이라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두는 셈이다. 하지만 이 같은 기획도 결국 예산 확보가 안 되면 ‘빛 좋은 개살구’로 끝나는만큼 향후 기획재정부 예산편성에 이번 실행계획을 강제할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수요자 중심 패러다임 전환=실행계획의 핵심은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바뀐 것이다. 지금까지 정보화는 주로 행정기관 내부 업무시스템을 구축해 공무원의 업무 능력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공무원의 업무 효율이 높아지면 결국 예산이 절감돼 국민이 간접적으로 혜택을 볼 수 있다는 논리가 지배적이었다.
이번 실행계획은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정보화가 아닌 국민을 대상으로 한 민원시스템 개선에 집중됐다. 원스톱·무(無)방문·무(無)서류 민원처리, 창업단계 간소화로 그동안 17일 걸리던 창업처리 기간을 10일로 줄이고, 비용도 10% 수준으로 줄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농산물 이력 관리체계·지능형 재난재해 예방체계 등도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 과제로 놓고 수립된 정보화 과제다. 이 같은 사업은 국민이 당장 정보화로 편해지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 비용을 혁신적으로 줄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산업 활성화·고용창출 우선 고려=정보화에 ICT 산업 유발 효과를 최대한 반영한 것도 특징이다. 특히 디지털 융합인프라 구축 및 u정보화 확산에 전체 예산의 40% 수준인 2조704억원을 배정했다. 이를 통해 미래 IT산업 성장 기반과 대규모 일자리 창출이 동시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능형 교통체계·통합물류체계 구축 등을 국가정보화에 포함시키면서 도로·항만·공항 등 전통적인 사회간접자본(SOC)에 IT를 접목하는 융합IT에서도 빠르게 경쟁력을 갖출 전망이다. 과제별로 일자리 창출효과도 적극 반영, 국가정보화로 녹색뉴딜에 이은 대형 일자리 창출 프로젝트를 만들었다는 평가다.
◇문제는 예산 확보=올해 추가경정예산 편성에서 좋은 ‘디지털 뉴딜’ 아이디어들이 이미 기획부 예산 심의과정에서 대폭 삭감된만큼 향후 예산반영은 또 다른 숙제로 꼽힌다. 이번 실행계획에는 과거에 포함하지 않은 신규 프로젝트가 많다. 예산권을 쥔 기획부를 설득하는 데 상당한 노력과 진통이 예상된다.
박정호 정보화추진실무위원회 위원장은 “이번 실행계획은 처음으로 개별부처 정보화사업을 종합관리하는 방식(EA)이 적용된 사례여서 예산삭감의 주요 원인이 된 중복투자 계획이 없다”며 “이달 국회 통과가 예상되는 정보화촉진기본법에는 국무총리실 정보화추진위원회가 대통령 소속의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로 격상돼 정책 총괄조정 기능 및 추진력이 훨씬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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