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불지마! 나 평범한 청소부 아니야!”
포털에서 ‘7급 공무원’이라는 단어를 검색해보면 수천개의 연관 단어가 화면에 나타난다. 학원에서부터 수험 준비 과정을 서술한 블로그까지 다양하다. 이 영화가 이를 노렸을 것 같지는 않지만 7급 공무원이라는 제목을 단 희한한 영화가 국내에 개봉된다. 공무원 영화가 무슨 재미가 있겠는가만은 영화에 등장하는 7급들은 전국에 수만명 존재하는 촌부가 아니다. 대한민국 공무원 중 1%만이 해당된다던 국가정보원 출신 7급이다. 제목은 참 잘 지은 것 같다. 누가 국정원을 7급 집단이라고 하겠나. 7급에 어떤 빈부격차가 있는 건 아니지만 왠지 국정원이라면 7급도 다를 것 같다는 느낌이다. 이 점에 착안해 만든 작품이 바로 이 영화다.
영화 ‘7급 공무원(신태라 감독, 김하늘·강지환 주연)’을 보고 나온 관객이라면 두 부류로 가를 수 있을 것이다. 열광하거나 혹은 저주하거나. 다른 영화도 마찬가지겠지만 7급 공무원은 이런 이분법이 더욱 강력해진다. 본론으로 들어가 보자. 7급 공무원은 위장한 채 출근하고 미행으로 외근하고 철수하며 퇴근하는 첩보원의 이야기를 그렸다. 여기에 사랑이라는 코드가 담겨 있다. 이쯤이면 다들 이해할 것이다. 첩보원들의 임무와 사랑. 그러나 7급 공무원은 일반인의 기대와는 달리 좀 더 저공비행한다. 저공비행은 일상에 대한 세밀한 묘사를 말한다.
여행사 직원으로 위장한 경력 6년차 국가정보원 요원 수지(김하늘). 과거는 밝혀도 정체만은 밝힐 수 없는 직업 특성 때문에 남친인 재준(강지환)에게조차 거짓말을 밥먹듯 하다가 일방적인 이별을 통보받는다. 그리고 재준은 떠난다. 말도 없이 떠나버린 재준에 대한 서운함과 괘씸함에 몸부림치던 그녀. 3년 뒤, 청소부로 위장한 산업스파이를 쫓던 중 재준과 우연히 마주치게 된다. 국제 회계사가 돼 나타난 재준. 그를 보자 수지의 마음은 다시 동한다. 여기서 재준의 비밀이 밝혀진다. 재준, 그도 국정원 요원이었던 것이다. 재준은 해외파. 수진은 국내파 전담이어서 다만 만날 일이 없었을 뿐이었다. 우연히 그들은 국내 기술을 해외로 빼돌리려는 같은 사건의 인물들을 쫓는다. 러시아 마피아까지 얽혀 있다. 사랑도 꼬이고 일도 뒤틀린다. 이제 영화는 뒤틀린 인연의 퍼즐을 맞추기 위해 내달린다.
사립탐정을 그린 최근 영화 ‘그림자 살인’도 그렇듯 국내 영화 중 첩보원을 주제로 한 작품은 많지 않고 설령 있다고 하더라도 퀄리티가 확 떨어진다. 그래서 이 영화의 성공에 많은 관심이 쏠려 있다. 이런 평에 대해 영화는 초반 한강 제트스키 추격전으로 화답하다 마지막 수원성 몹신(군중이 나와 결투를 벌이는)으로 마무리한다. 한국적 특색이 묻어나는 실제 공간에서 그들은 비교적 아기자기한 사랑과 액션을 벌인다. 예상하기 힘들겠지만 액션도 다소 역동적이다. 배우들의 연기를 굳이 거론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영화는 구조가 확실한 첩보물인 셈이다. 특히, 마지막에 전개되는 러시아 마피아와의 추격전에서는 ‘007’을 보는 유사한 기분까지 느낄 수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첩보가 아닌 멜로다. 다 좋지만 이들은 서로를 너무 모른 척한다. 수년 간 사귀고도 하루 종일 오해만 한다. 국정원에서 그런 것을 가르치지 않았을 텐데도 말이다. 가족에게까지 신분을 속여야 하는 이들이기에 그럴지 모르지만 감정의 가뭄은 해도 너무했다. 웃음 포인트가 여러 곳 등장하지만 멜로 스폿은 전무하다. 이 말은 남녀 커플 관객에서 여자 쪽 동의를 받기 힘들다는 이야기다.
한정훈기자 existe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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