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P 게 섯거라.”
대만 PC업체 에이서가 2년 안에 세계 노트북PC 시장 1위 업체 휴렛패커드(HP)를 제치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에이서는 이를 위해 저가 미니노트북인 넷북과 슬림 노트북PC를 전진 배치했다.
J.T. 왕 에이서 회장은 15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우리의 경쟁자들이 넷북 사업에 매우 수동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며 “6∼9개월 안에 (넷북) 경쟁자들을 따돌리겠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에이서가 2011년께 노트북PC 1위에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이와증권에 따르면 에이서는 지난해 세계 5대 PC업체 중 노트북PC 판매에서 유일하게 점유율이 높아졌다. HP·델·레노보·도시바 모두 하락세를 보였지만 에이서는 2007년 노트북PC 점유율이 14.7%에서 지난해 17.7%를 기록했다. HP는 21.5%에서 20.9%로, 델은 13.9%에서 13.8%로 떨어진 것과 비교해 성장세가 눈에 띈다.
일등공신은 지난해 6월 출시한 넷북 ‘애스파이어 원(Aspire One)’이다. 이 제품이 출시 반년만에 약 500만대가 팔려나가면서 노트북PC 판매량에서 델을 제쳤다. 1위 업체인 HP와의 격차도 많이 줄였다.
왕 회장은 올해 애스파이어 원의 판매량이 약 1200만∼1500만대 수준으로 뛰어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주 선보인 ‘타임라인’ 모델은 약 700만대∼1000만대 정도를 팔 것으로 내다봤다. 타임라인은 애스파이어 원보다 두께를 줄이고, 배터리로 여덟시간을 구동하는 저전력 넷북이다.
지지부진한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PC산업에서 넷북은 가장 성장하는 분야로 떠올랐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올해 PC 시장이 11.9% 역성장할 것으로 보이지만, 넷북은 9% 성장할 전망이다.
J.T. 왕 에이서 회장은 케이트웨이·패커드벨 등 PC업체를 인수하며 4개 브랜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도 장점으로 봤다. 시장을 세분화해 그에 맞는 제품으로 소비자를 공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시장을 잡기 위한 전략도 마련했다. 유럽지사를 총괄했던 올리버 아렌스를 최근 중국 사업 부문장으로 앉혔다. 에이서는 지난해 6∼7%에 머무른 중국 시장 점유율을 1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다이와증권의 캘빈 후앙 연구원은 “에이서는 다른 업체들보다 넷북 시장에 더 역동적이고 빠르게 반응하고 있다”며 “올해 대부분의 시장이 쇠퇴하고 있는 가운데 이익 성장률이 높은 편이다”라고 말했다.
시티그룹과 모건스탠리는 에이서의 ‘애스파이어 타임라인’ 시리즈가 올해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했다.
차윤주기자 chayj@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