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안에 통합 출범하는 산업기술진흥원과 산업기술평가관리원이 애꿎게 정부 조직개편 방안인 ‘대국대과’제에 휘둘렸다.
12일 관련기관들에 따르면 통합 설립위원회는 산업기술재단·기술거래소·산업기술평가원·부품소재산업진흥원·정보통신연구진흥원 등의 조직과 인력을 재배치하면서 기본적인 팀 단위를 10∼15명 안팎로 짜고 있다. 팀장과 본부장급 인력을 30% 이상 줄이는 효과를 노린 것이다.
산업기술평가관리원은 산업기술평가원에만 5개 본부이던 것을 사업본부와 경영본부 등 2개 본부로만 모두 묶을 예정이다. 조직 비대화에 따른 부작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연구개발(R&D) 평가 및 사업화를 총괄하는 핵심조직인 사업본부는 13∼14개 팀으로 짜여진다. 현 산업기술평가원의 20개 팀조직조차 다 수용할 수 없을 정도로 줄어든 수다. 여기에 정보통신연구진흥원에서 오는 팀장 5명과 부품소재진흥원 팀장 3명, 디자인진흥원 팀장 1명 등 모두 9명이 흡수되면 그야말로 ‘팀장 보직 전쟁’이 벌어질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국책 R&D 과제를 세밀하고, 정확한 눈으로 관리해야 할 조직이 직원 관리조차 힘들 정도로 비대해지는 것은 R&D 자체의 부실을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서울 A대학 교수는 “지금은 3∼4명이 한 팀을 이뤄 전문성과 순발력을 동시에 살린 경우도 있는데, 무조건 10∼15명씩 묶기로 하는 것은 너무나 안이한 통합 논리”라며 “팀장의 업무능력을 떠나 팀원들의 업무 장악력까지 허물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가 R&D 체계 전면 혁신을 위해선 산업기술진흥원과 산업기술평가관리원의 조기 안착과 왕성한 사업력 발휘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이 같은 반강제적인 대국대과제가 서로 이질적인 기관에서 합쳐진 인력들의 화학적 결합과 업무 성과 극대화라는 당초 목표와는 거꾸로 가는 조치라는 것이 공통된 분석이다.
정부 R&D과제 평가 참여해 온 한 민간기업 임원은 “지식경제부조차 적용 타당성이 없다고 강하게 반발하는 대국대과제를 산하기관이라고 해서 밀어붙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진호·김민수기자 jho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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