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원자력 연구를 시작한 지 어느덧 반세기에 이르렀습니다. 연구소가 설립된 1959년 당시만 해도 국민 소득 수준이 70달러였으니 지금의 국민소득 2만달러와 비교하면 300배나 차이가 나는 어려운 시절이었습니다.”
올해로 설립 50주년을 맞는 한국원자력연구원 양명승 원장의 지난 50년사에 대한 소회다.
양 원장은 “국내 유일의 원자력 분야 R&D 전문기관인 원자력연구원 역사 자체가 우리나라 경제 발전과 궤를 같이해왔다”며 “지난 1971년 국내 첫 상업용 원전인 고리 1호기의 기공식에는 1만여명의 인파가 몰릴 정도로 국민 관심이 뜨거웠다”고 말했다.
“사실 1980년대는 원자력 기술의 자립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당시 체르노빌 사고 등으로 인해 세계적으로 원전 건설이 위축되고 있었지만 오히려 우리 나라는 과감히 투자했고 1990년대 이르러 한국표준형원전(KSNP)을 개발하는 데 성공, 원전의 두뇌라고 할수 있는 원자로계통(NSSS)을 순수 국내기술로 설계하는 쾌거를 이루게 됐습니다.”
이후 지금까지 기술개발을 통해 두산중공업과 한국전력기술, 원전연료 등 업계와 함께 일군 수출 누적액만도 18억달러가 넘는다는 것이 양 원장의 설명이다.
최근에는 중동지역에 담수화원자로 기술 등을 수출하기 위한 막후 접촉이 활발하다. 조만간 굵직한 결과물이 터져주길 기다리고 있다.
양 원장은 “오는 2030년이 되면 미래 원자력 시스템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며 “미래 시장을 선점하고 기술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치밀한 대응전략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 원장은 투자와 관련해 일본과 미국의 예를 들었다. 일본은 지난해에만 고속로 핵연료주기 실용화 사업에 3000억원가량을 투입했고, 미국은 오는 2021년까지 원자력수소 기술개발 및 실증 사업에만 4조원을 쏟아부을 계획이라는 설명이다.
“사실 우리나라는 미래 원자력 시스템인 소듐냉각고속로와 파이로프로세스, 수소생산용 고온가스로 기술 등에 지난해 300억원 정도를 투입했지만, 2030년까지 대략 7조원에 이르는 연구비가 소요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에너지 정책에 대한 정부 차원의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양 원장은 향후 과제에 대해 “세계 에너지 위기가 고조되면 될수록 원자력 발전은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더더욱 부각될 것”이라며 “다만 고준위방사성 폐기물의 처리와 사용 후 핵연료의 감용, 재활용, 고속로 개발 등은 단번에 이루어지거나 풀릴 과제는 아니기에 지속적인 투자와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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