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앞두고 국방부는 “미사일이 됐든 인공위성이 됐든 군사적으로 단호히 대처한다”며 엄격한 형식을 취했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군사적으로 대응하는 데는 반대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북한은 미사일을 쏘지만, 우리는 나무를 심는다”고 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아무런 대처 없이 태연자약하게 있을 수 있는가 하는 비판과 정부 내의 대북 정책에 이견이 있는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이는 남북협력의 어려움을 모르는 편향적인 견해로 보인다.
오히려 북한을 최대한 자극하지 않고 여유롭게 대처하겠다는 의미가 클 것이다. 그간에 여당의 당정 차원에서 보여준 대북 발언에 비하면 매우 차분하고 의연한 대처방식이며, 남북대화에서 여러 가지 어려움에 직면한 정부가 향후 남북협력의 세찬 물꼬를 터야 하는 상황이 우선적으로 고려됐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남북관계를 생산적으로 발전시키기를 원하지만 북쪽에서 적극적으로 응하지 않고 있는 현재 국면을 충분히 감안해야 할 것이다.
북한은 이미 이명박정부의 새로운 대북정책기조와 전단문제를 요구하고 있음을 언급하였기 때문에, 남북관계에서 막힌 곳을 뚫고 뚫린 것을 막는, 새로운 발상의 전환을 기대하고 있음은 그리 틀리지 않을 것이다. 북한이 미사일 기술이 정확하게 외부 세계에 알려질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를 향해 미사일 발사 동영상을 공개한 이유를 깊이 고려해야 할 것이다.
휴전선 육로 통행의 엄격한 제한, 직통전화 단절, 개성공단 상주 인력 대폭 감축, 개성관광 중단, 평양과기대 입학생 모집 중지 등 산재된 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전의 대처방식과는 다른, 즉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게 하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시도해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정부가 “북한은 미사일을 쏘지만, 우리는 나무를 심는다”라는 말에서 좀 더 나아가 “북한의 황무한 토지에 나무를 심어 북한판 녹색 뉴딜정책를 펼치고 싶다”며 북한을 푸르게 가꾸는 데 기여하고 싶다는 유연한 정책을 제안하기를 기대해본다.
“부드럽고 연약한 것이 굳고 강한 것을 이긴다(柔弱勝强剛)” “무엇을 폐지해 버리고 싶다면, 반드시 먼저 그것을 흥하게 해 주어라. 무엇을 빼앗고 싶다면, 반드시 먼저 그것을 주어라. 이렇게 하는 것을 은근한 진리라고 한다(將欲廢之, 必固興之. 將慾奪之, 必固與之, 是謂微明.)”는 노자의 말을 새겨야 할 변화의 시기인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고 어떻게 한반도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꿈꿀 수가 있을 것인가.
존 페퍼는 “오바마가 약하게 안 보이려고 대북강경책 펼 것”을 예측했는데, 우리 정부까지 강경한 것처럼 보일 필요는 없을 것이다. 보즈워스가 3월 28일 “김정일 위원장과 만나고 싶다. 우리가 할 수 있었던 것보다 더 높은 외무성 고위 인사들과 접촉하고 싶다”고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만나지 않고 미사일을 쏘아올린 이유는 무엇인가. 2004년 6월 8일에 있었던 미·일 정상회담에서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은 ‘목이 마를 정도로 (부시 전 대통령과) 춤을 추고 싶다’는 애절한 표현으로 미국과의 교섭을 열망하고 있다”고 전했지만 부시 대통령이 거부한 미북 대화로 받은 그간의 수모에 대한 대응이 이번 미사일 발사였다는 점을 유의해야 할 것이다.
현재 전해지는 바에 의하면 북한군인들은 만기적인 군복무 기간 연장과 살인적인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다. 미사일 발사로 수많은 예산을 낭비하면서 여전히 끊임없이 시달리는 우리의 겨레에게 녹색 뉴딜정책을 펼쳐 남쪽에서 불어오는 훈풍에 가슴이 녹도록 해야 할 중요한 대변환의 시기인 것이다.
정일 목포대 교수 sino21c@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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