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 오전 서울신용보증재단 영등포지점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비상경제대책회의’가 열렸다. 핵심 안건은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보증확대 추진현황’. 당연히 최근 정부 보증서를 강요하는 은행들의 ‘눈 가리고 아웅식’인 중소기업 대출에 대한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했다.
전자신문이 9일자 신문(1면 하단)에 지적했듯이 지난달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 두 신용보증기관 보증규모는 4조6579억원(이하 순증 기준)인 데 비해 은행 중소기업 대출은 3조원대 초반(3조3819억원)에 그쳤다. 은행이 사실상 보증서 없는 대출을 하지 않고 있다. 우량 기업이 보증기관으로 내몰려 보증수수료와 높은 은행 금리라는 이중 부담을 안고 있고 보증서가 필요한 곳은 정작 혜택을 못 본다. 이런 상황인데도 이날 회의에서는 은행의 이 같은 대출 행태에 대한 논의가 일절 없었다.
회의 직후 금융위 브리핑은 말 그대로 ‘자화자찬’ 일색이었다. 브리핑 내용을 그대로 정리하면 ‘중소기업 대출은 경기침체에도 보증 확대, 만기 연장 등 정부의 적극적 금융정책에 힘입어 꾸준히 증가’했고 ‘정부의 정책적 노력 등에 힘입어 전반적으로 중소기업 자금사정이 다소 호전되는 추세’ 등이었다.
기자는 보증과 대출규모의 심각성에 대해 질문했지만 대답은 단순했다. 권혁세 금융위 사무처장은 ‘시차’를 언급했다. 보증에서 대출까지 1주일 이상 걸리는 것을 감안해야지 단순히 월 기준 숫자만 비교하지 말라는 것이다. 보증보다 은행 대출이 적은 것에 대한 고민은 전혀 없어 보였다. 금융위는 이날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보증확대 계획을 ‘또’ 발표했다. 은행들은 분명 쾌재를 불렀을 것이다. 정부가 또다시 ‘혹여 은행이 대출 안 하면 어쩌나’ 하는 우려로 보증을 확대하겠다고 나섰으니 말이다. 은행은 가만히 앉아서 보증서만 훑어보고 대출 승인 도장을 찍으면 된다. ‘혹시’ 사고(채무 불이행)가 나면 정부에 달려가면 된다. 그렇잖아도 후진적이라는 한국 금융산업의 미래가 훤히 내다보인다.
경제교육부=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