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가는 `상생`의 길] (12)KT와 협력사 아크로메이트의 성공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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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크로메이트의 임직원들은 최근 외부에서 두 가지 질문을 자주 받는다.

 ‘KT의 대형 프로젝트를 많이 수주하는데 사장님이 어디 출신이세요?’ ‘모든 제품을 아크로메이트에서 직접 개발하는 겁니까?’

 아크로메이트의 답변은 간단하다. ‘회사 임원들 중 KT와 관계된 사람은 한 명도 없습니다. 그리고 아크로메이트가 보유하고 있는 통신 프로토콜 스택은 100% 자체 기술력으로 개발한 겁니다. 핵심 기술이 없다는 것은 벤처기업이 아니죠. 기술력을 바탕으로 신뢰를 줄 수 있는 기업에 KT는 언제나 열려 있습니다.’

 아크로메이트는 KT 기업용호처리장치, IMS(IP Multimedia Subsystem) 기반 상호접속시스템 구축 등 차세대 서비스에 필요한 핵심 코어 시스템뿐만 아니라 지난해 최대 규모의 기업용인터넷전화(IPT) 구축 사업인 강남성모병원 프로젝트까지 모두 담당하면서 업계의 주목을 끌고 있는 벤처기업. 직원 40명이 채 안 되는 작은 벤처기업이 이뤄낸 실적이라면 믿기 어려울 정도다.

 그렇다면 이 같은 좋은 성과가 아크로메이트만의 능력으로 가능했을까. 그 배경에는 KT의 상생 협력 정신과 기술력을 최고로 여기는 벤처기업 정신의 합작이 있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종엄 아크로메이트 사장은 “최근의 놀라운 실적은 글로벌 벤더 및 국내 대기업 컨소시엄보다 기술력 있는 소규모 벤처기업의 제품을 선택해준 KT의 상생협력 정신이 큰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 KT 성능평가시험은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바꿔 말하면 KT 성능평가시험을 통과한 제품은 기능, 성능, 안정성, 확장성, 호환성 등 모든 면에서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제품이라는 뜻이 된다.

 물론 아크로메이트가 처음부터 시장에서 승승장구한 것은 아니었다. 이종엄 사장은 2005년도 첫 KT 성능평가시험에서 고배를 마셨던 그 순간을 잊지 못한다.

 이 사장은 “결과는 참담했으며 정보력이 부족한 벤처기업의 한계를 뼈저리게 느낀 순간이었다. 몇 개월 동안 모든 업무가 마비됐으며 당시엔 회사의 존폐를 심각하게 고민했을 정도였다”고 회고했다.

 아크로메이트는 기술 규격을 처음부터 다시 검토했고 같은 테스트를 수도 없이 반복했다. 2006년 KT는 조그만 벤처기업에 다시 한번의 기회를 주었고 결과는 멋진 성공으로 나타났다. 이 프로젝트로 탄생한 것이 현재 하루 수백만호를 안정적으로 처리하는 KT 기업망 호처리시스템이다.

 KT 기업망 호처리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시발점으로 아크로메이트는 시장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기 시작했으며 현재까지 다수의 KT 핵심 프로젝트뿐만 아니라 KT네트웍스, LG데이콤 등 대형 통신사 프로젝트를 포함해 CJ그룹 등 대기업 프로젝트까지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었다.

 이것만이 아니다. KT와의 견고한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2007년 KOICA의 차관사업인 250만달러 규모의 파라과이 중앙부처간 통신망 구축 사업을 성공적으로 완료했다. 지난해 르완다 국가백본망 인터넷전화(VoIP) 프로젝트 수주에도 성공했다. KT의 뛰어난 해외 영업능력과 아크로메이트의 기술력이 합쳐져 이뤄낸 쾌거로 표현된다.

 KT와 상생협력을 해온 아크로메이트의 영업실적은 매년 200% 이상 꾸준히 성장하고 있으며 올해는 매출 200억원 이상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2009년 KT는 업계 최초로 IMS를 구축해 기존 음성, SMS 서비스뿐만 아니라 영상, 대용량 데이터 등 각종 멀티미디어 통신을 효율적으로 구현함으로써 IP망을 기반으로 하는 각종 차세대 부가서비스를 보다 효율적으로 펼쳐나갈 수 있도록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물론 이 부분에도 아크로메이트의 IMS 기반 상호접속시스템과 IMS 대용량 호처리 시스템이 핵심 기능을 수행할 예정이다.

 KT와 아크로메이트는 대중소기업 상생 프로그램인 ‘구매조건부 투자사업’으로 지난해 5월부터 시작한 중소기업의 차세대 통신 환경에서 핵심적 역할을 담당하게 될 ‘통합 IP 통신 플랫폼(가칭 콜박스)’의 출시 막바지에 와 있다. 콜박스는 KT의 서비스 디자인 능력과 아크로메이트의 기술력을 결합, 새로운 VoIP 통화 서비스 시장을 창출하고 이를 통해 세계시장을 잡겠다는 야심찬 꿈을 가지고 진행하는 상생 프로젝트로 꼽힌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

 

 ◆KT의 상생협력 프로그램은

 KT는 중소협력사에 대한 현금결제와 특허기술 이전 등 다양한 파트너사 협력 및 지원방안을 가동하고 있다.

 과거 계약금액에 따라 일부 어음을 지급하던 협력사 결제방식을 변경, 거래금액에 관계없이 100% 현금결제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중소협력사에 2조원 이상의 현금결제를 시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파트너사의 경쟁력이 KT의 경쟁력이라는 판단하에 협력사 임직원의 교육지원도 강화하고 있다. 협력사의 임직원의 역량강화를 위한 협력사군별 특성에 맞는 장비 및 서비스 운용 교육을 무상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중소기업에 가장 필요한 것은 기술력이다. KT는 특허 라이선싱 및 기술이전을 희망하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KT 보유 특허기술을 저렴하게 제공해 사업화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예로 ‘KT 나랏글’ 특허는 세이퍼존, 스페이스네트 등 7개사에 제공됐다. 이들에는 특허권 사용료를 매출 100억원이 될 때까지 면제해주기로 했다. 지난해에는 KT의 와이브로 접속프로그램 ‘유어넷’을 37개사에 제공하기도 했다.

 협력사의 역량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상생협력 프로그램도 꾸준히 개발하고 있다. KT는 2006년부터 사업화에 필요한 중소벤처의 제품개발을 지원하고 개발된 제품을 구매하는 ‘구매조건부 연구개발비 지원사업’을 강력하게 추진 중이다. 중소기업에 ‘Ann폰’ 개발을 지원하고 50억원 수준의 제품을 구매하는 등 지난해에만 5개 과제를 시행했다.

 성과공유 프로그램도 빼놓을 수 없는 KT의 상생협력 모델이다. KT와 협력사가 공동으로 장비·서비스를 개발해 원가절감, 품질개선에 노력하고 그 성과를 놓고 KT가 최대 20%까지 우선구매를 추진해 성과를 공유한다는 게 원칙이다. 지난해 6개의 과제를 발굴, 추진했고 2007년 성공한 성과 공유 장비에는 20억원 규모의 우선구매를 단행했다.

 중소기업들에 평가장비 사용 및 종합모델실(test bed) 사용을 지원하고 협력사 편익을 위한 ‘상생협력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KT는 중소 협력사의 연구개발 비용부담 해소를 위해 KT 보유의 고가 측정기 및 평가장비를 무상으로 임대하고 있고 상생협력센터에서는 KT 본사를 방문한 협력사에 업무지원 및 편익을 위한 전용공간(회의실, 상담실, 비즈니스 룸, 휴게실 등)을 제공한다.

 KT는 상생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파트너스데이(partners’ day) 행사도 매년 열고 있다. KT와 협력사 간 유대를 강화하면서 중소기업의 의견과 애로를 수렴하기 위한 자리다.

 

 ◆이종엄 아크로메이트 사장이 말하는 相生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은 신뢰와 존중을 바탕으로 서로 공생하는 유기체와 같은 것입니다.”

 이종엄 아크로메이트 사장은 대기업의 비즈니스 모델과 자금 등 풍부한 인프라에 중소기업의 기술력과 패기에서 비롯된 개척정신이 결합될 때 그 시너지가 커진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는 “우리 몸속의 기관이 여러 세포와 부속물의 상호작용으로 유지되는 것처럼 대기업과 중소기업도 공생하며 윈윈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핵심”이라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이 사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관계에서는 상하 수직적인 문화보다는 미래지향적인 사업파트너로서 관계를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며 “규모 면에서 여력이 있는 대기업이 다양한 제도 및 교육프로그램을 지원해 협력사의 역량과 경쟁력을 끌어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KT와 성공모델을 만들어온 이 사장은 KT가 지원하는 중소기업의 인력수급과 개발 지원프로그램들이 협력사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는 실질적 지원이 됐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오직 원천기술을 확보를 위해 매진하는 중소기업은 시장진출을 위해 많은 시도를 하지만 한계에 자주 부딪히게 된다”며 “대기업이 보유한 비즈니스 모델과 영업력에다 중소기업의 기술력이 잘 결합한다면 새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매력적인 비즈니스를 발굴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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