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의 디지털 전환에서 ‘가전사 역할론’이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각 당마다 방송의 디지털전환법 개정안을 내놓거나 발의할 예정인 가운데 가전사에 디지털 전환 비용 일부를 의무 부과해야 한다는 야당 및 방송사 측과 가전사에 부담 전가를 반대하는 정부·여당의 시각이 뚜렷하게 엇갈리고 있다.
1일 국회와 업계에 따르면 이날 국회에서 통과된 디지털방송전환법과는 별개로 민주당이 지난주 천정배 의원 대표 발의로 디지털TV 제조업체나 판매사에 한시적으로 디지털 전환 비용 일부를 부과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지상파 텔레비전방송의 디지털 전환과 디지털방송의 활성화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창조한국당 이용경 의원도 디지털 전환의 수혜를 받는 가전사에서 전환기금의 일부를 부담토록 하는 별도의 디지털전환법 개정안을 조만간 발의키로 했다.
이에 따라 가전사의 역할론에 대한 방송통신위원회·여당·가전사 측과 야당·방송사간 맞서는 시각이 뚜렷하게 부각돼 본격적인 힘겨루기 국면이 전개될 전망이다.
◇가전사 강제 부담 부정적 시각 ‘우세’=아직까지는 디지털 전환과 관련해 가전사에게 강제로 금전적 부담을 전가하는 데는 부정적인 인식이 많은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방송의 디지털 전환은 방송사의 설비 투자와 관계되는 사안인데 가전사에 부과하려는 것은 법리적으로나 상식적으로 납득키 어렵다는 분위기다.
방통위 고위 관계자는 “가전사가 TV를 판매하면서 디지털 전환 일정을 국민에게 홍보하는 등 부가적인 역할은 가능하겠지만 사기업에 금전적 부담을 강제하는 것은 부정적인 기류가 많다”면서 “이는 통신사가 설비 투자를 하면서 방송장비업계에 일정액을 부과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말했다.
가전업계도 적극 대응에 나설 조짐이다. 전자산업진흥회는 업계 차원의 의견을 수렴, 빠른 시간내 관계 부처에 의견을 개진키로 했다. TV업계의 국내 영업이익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신규로 부담을 주면 업체들의 영업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는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 한 관계자는 “지난 10년간 디지털TV 수신기술 및 세트 개발을 위해 매년 수천억의 투자를 해온 상황에서 다시 전환 비용을 분담하는 것은 기업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TV 제조업체의 전환 비용 분담은 미국·일본·유럽 등에서도 선례가 없는 것으로 (만약 분담이 확정된다면) 해외 수출 대상 국가에서 동일한 요구를 해올 경우 경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론 ‘여전’=그러나 민주당 등 야당 관계자는 “경제 논리로 접근하기 보다는 기업의 책임, 사회적 환원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하자는 것”이라며 “정부와 한나라당은 자금 조달 방안·지원 시스템은 마련하지 않고 전환 일정만 밀어부치는 격”이라며 맞섰다.
민주당은 법안이 통과되면 시행령에서 가전사 부담액을 매출액 기준이 아닌 수익금의 0.5∼0.1% 수준으로 하겠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큰 부담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용경 의원 측도 “국가적 사업에 혜택이 예상되는 사업자가 일정 부분 책임을 나눠 갖자는 데는 국민 대다수가 공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방송의 디지털 전환과 관련해 케이블사업자를 지원하는 법안은 별 문제 없이 추진될 전망이다. 한나라당 이성헌 의원이 이 같은 내용의 법안을 이미 발의한데 이어 이용경 의원과 민주당 전병헌 의원도 각각 소외계층에 대한 케이블사업자 역할과 셋톱박스 구매 비용 지원 등의 내용을 포함한 법률 개정안을 다음주 중 발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망=아직까지는 방송사의 논리에 일부 정치권이 가세하는 상황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국회에서 정치 쟁점화 하면서 방송사의 논리를 대변하는 상황으로 번져갈 경우 의외의 상황을 맞이할 가능성이 높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민간기업이 디지털 전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면 보편적 서비스사업자인 통신사의 설비 투자 시에도 장비업체가 비용을 부담해야 하며, 신문사의 인쇄설비 교체 시에도 장비 및 신문용지업계가 지원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방송사만 특혜를 주는 식의 정책적 결정은 이제 그만해도 될 때가 됐다”고 말했다.
김승규·양종석기자 se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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