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달여를 뜨겁게 달궜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중계권 협상을 계기로 국내 방송업계가 스포츠 중계권·영상물 저작권 등의 체계적 점검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국민의 큰 관심을 끌었던 WBC는 애초 중계권을 가진 IB스포츠와 지상파방송사 간에 협상이 결렬됐고, 방송통신위원회의 막판 조율로 TV를 통한 실시간 시청이 가능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국민에게 좋은 경기를 시청할 수 있게 만든 것에 큰 만족과 보람을 느낀다는 표현도 했다.
하지만 앞으로도 이 같은 조율권이 계속 행사될 수 있는 지에는 부정적 시각이 많다. 중계권이나 저작권을 확보한 사업자는 이를 방송사에 팔아 이익을 내는 사업모델을 갖고 있다. 때문에 사적 계약인 중계권 협상에 매번 정부가 관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 때문에 업계 일부에서는 “차리리 WBC같은 빅 매치에서 시청 문제가 발생하면서 방송업계의 중계권·저작권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필요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례로 영국 위성방송 스카이스포츠는 프리미어리그 축구 중계권을 구입하는 데만 수조원을 투자한다. 이를 통해 인기 있는 독점 콘텐츠를 확보하고 대신 유료방송에서 강력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모델은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구체적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중계권이나 영상물의 저작권은 다 플랫폼 시대를 맞아 더욱 논란이 확산될 조짐이다. IB스포츠는 앞으로 중계권에 대해서는 지상파용·케이블용·IPTV용 등으로 구분한 계약을 원하고 있다. IB스포츠 측은 원 중계권을 확보할 때부터 유사조건으로 계약을 했기 때문에 국내 방송사들에게도 같은 기준을 적용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우리 방송업계는 지상파 재전송 방송분에 대해서도 별도의 이용료를 지불해야 하는지, 이에 대한 대가를 지상파와 플랫폼사업자 가운데 누가 부담하는지 등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지 않았다. 명확한 가이드라인도 마련되지 못한 상태다.
한편 저작권 문제는 IPTV와 채널사용사업자(PP) 간의 콘텐츠 수급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화·다규멘터리 등을 구매해 채널을 편성하는 PP가 IPTV에 채널을 넣기 위해서는 IPTV용 방송권을 별도로 구매해야 하는데 PP들은 이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IPTV와 채널 공급 계약을 맺지 않은 PP업체 한 관계자는 “그동안은 케이블이라는 플랫폼에 한정돼 해외 영화·드라마·다규멘터리를 구매해 방송했다”며 “IPTV에 콘텐츠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추가 저작권료 지불이 불가피하지만 아직까지 IPTV에 진출해 비용만큼의 광고나 수신료 수익을 얻는다는 확신이 없다”고 말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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