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서 점점 말수가 적어진다. 일각에서는 웬만해서는 말을 안 하는 게 낫다고 할 정도다. 말해 봐야 오해만 쌓이니 덮어두는 것이 상책이란다. 말이 무서워지면 입이 그만큼 무거워진다. 사실 열 마디 말보다 한 번의 솔선수범이 더 호소력이 있기도 하다. 말만 성대하고 실행이 없으면 실망만 더 클 뿐이다. 게다가 뜻하지 않게 와전돼 악용되는 말들에 치이다 보면 일만 싫은 게 아니라 사람도 싫어진다. 이럴 때는 입을 닫아버리게 된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것마저 쉽지 않다. ‘우는 아기도 속이 있어 운다’는 말이 있듯,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남이 알아주기는 어렵다. 소통하지 않으면 욕조 구멍을 막은 머리카락처럼 이런저런 복잡한 일이 쌓이고, 겉잡을 수 없다.
시간 없어 차일피일 미루었던 친구들과 오랜만에 만나면 할 말이 없다. 말을 안 하다 보면 할 말이 더 없어진다. 해야 할 말을 참으면 할 시간이 돼도 말할 게 없다. 입만 닫은 것처럼 보이지만, 커뮤니케이션을 하지 않으면 마음마저 닫힌다.
‘연금술사’에서 낙타는 배신하는 동물로 묘사된다. 수천 리를 걷고도 지친 내색을 않다가 어느 순간 무릎을 꺾고 숨을 놓아버리기 때문이다. 버틸 수 있는 한 버텨 보겠다며 참아냈던 낙타의 고귀한 의지는 뭉개지고 느닷없는 쓰러짐만을 두고 배신자로 낙인 찍는다. 제 목숨조차 돌보지 않고 충실했지만 예고 없는 사고는 주인에게 훨씬 엄청난 충격이 된다. 최소한 각오하고 대비하고 포기할 기회조차 뺏어버렸기 때문이다.
커뮤니케이션은 필요하다. 소통은 결과만이 아니라 과정이다. 잘해도 본전이고 못하면 난리난다. 피하지 말자. 피하면 쌓이고 쌓이면 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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