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전자의 LCD 광학필름 사업이 기로에 놓였다. 대형 고객사였던 LG디스플레이가 지난해 4분기부터 프리즘 필름 구매 물량을 대폭 축소했기 때문이다. 당초 이달부터 삼성전자에 양산 공급키로 했으나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전자(대표 김학철)는 최근 LG디스플레이의 광학필름 공급사 명단에서 사실상 제외됐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LG디스플레이가 구매하는 모니터·TV용 LCD 광학필름 일부 기종의 경우 두산전자는 절반 가까운 점유율을 차지하기도 했으나, 현재 모니터 패널용 광학필름은 거의 공급이 중단된 상황이다. TV 패널용 광학필름도 30인치대 이하급 제품에 한해 일부 공급을 유지하는 상태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그동안 많은 양의 필름을 두산전자로부터 구매했으나 최근 물량을 대폭 축소한 것은 사실”이라며 “앞으로도 구매 물량을 늘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두산전자는 당초 이달부터 삼성전자에 납품키로 했던 대형 TV용 패널 프리즘 필름도 양산 공급에는 시일이 더 걸릴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두산 내부에서는 두산전자의 전통 주력품인 인쇄회로기판(PCB)용 동박적층판(CCL)을 포함해 광학필름 사업의 진로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CL 사업의 성장성이 크게 둔화된 데다, 신규 사업으로 추진했던 전자화학·광학필름 등도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두산전자가 국내 LCD용 광학필름 시장에서 위기에 직면한 것은 프리즘 필름의 시장성이 이미 오래전부터 크게 퇴색해왔기 때문이다. 신화인터텍·미래나노텍 등 대형 전문업체들과 삼성·LG 계열 필름 업체들이 선점한 시장에 SKC·코오롱·두산·웅진 등 대기업들이 후발주자로 가세하면서 공급 과잉을 초래, 업계 전반적으로 박한 마진 구조에 시달려온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난해 4분기부터 전세계 LCD 업황이 크게 악화되자 근래에는 광학 필름 판가가 생산원가 이하 수준으로 급락했다.
정윤성 디스플레이서치코리아 이사는 “고부가가치 필름이 아닌 전통적인 프리즘 필름만으로는 도저히 시장성을 맞추지 못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라며 “복합필름과 이중휘도향상필름(DBEF) 대체용 제품 등에서 승부를 걸지 못하는 곳들은 결국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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