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대학 5학년의 ‘과속 스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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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가 은어(隱語) 중에 ‘올드 보이(old boy)’라는 말이 있다. 오래된 학생이라는 올드 보이는 취직을 못해 졸업하지 않고 캠퍼스에 머무는 대학 5학년을 말한다. 4학년이면 졸업을 하지만 이들은 5, 6, 7, 8학년 학생으로 학교를 다닌다. 그래서 대학에서는 남녀를 구분하지 않고 이들을 최민식 주연의 영화 ‘올드 보이’에 빗대서 ‘대학가 올드 보이’라고 부른다.

 대학가에는 이런 올드 보이가 갈수록 많아지는 추세다. 휴학을 한 후 복학, 다시 휴학을 하든 등 잠수(潛水)하는 학생까지 합하면 올드 보이는 생각보다 많다. 이들은 일정 기간 잠수한 후 한 학기를 남겨두고 다시 복학하기도 한다. 이들은 영화 ‘올드 보이’ 속 최민식 스타일처럼 시대에 뒤진 생각을 하면서 하루를 사는 학생이 아니다. 오히려 시대를 앞서갈 능력으로 무장하고 있지만 직업 시장에서 수없이 좌절을 경험했다.

 영화 ‘과속 스캔들’ 시나리오가 3년간 퇴짜를 맞은 사연을 들으면서 올드 보이를 다시 생각했다. 쇼박스·CJ엔터테인먼트 등 3년 동안 영화 투자자로부터 퇴짜를 맞으면서 과속 스캔들 시나리오 작가와 감독 등이 마음의 고통을 입었듯이 대학 5학년 올드 보이, 올드 걸은 기업에서 인터뷰를 거치면서 퇴짜를 수없이 맞았다.

 과속 스캔들 시나리오는 110회 이상 수정했다. 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강형철 감독은 무명이지만 수없이 영화 투자자를 방문했다. “과속 스캔들에 투자해 달라”며 그는 계속 투자처를 찾아 다녔다. 그래서 마침내 과속 스캔들 영화가 만들어졌다. 47억원이라는 적은 자본으로 말이다. 이어 흥행에 성공했다. 한국영화로서는 보기 드문 대박이다.

 이 영화는 손익분기점인 관객 150만명은 물론이고 830만명을 넘어섰다. 차태현의 능청스러운 연기, 박보영의 60일에 걸친 보컬 트레이닝 구슬땀, 왕석현의 어린이답지 않은 성숙한 연기가 바로 이 영화에 성공을 가져왔다. 36세 할아버지, 22세에 6세 아이를 가진 미혼모 설정이 반드시 꿈 같은 이야기만은 아니라서 흥행에 성공했는지도 모른다.

 지금 대학가 올드 보이는 수없이 이력서를 고치는 중이다. 이들은 수백번 고친 자기 이력서를 들고 직장을 찾아 나서고 있다. 과속 스캔들 시나리오가 36개월간 이상을 찬밥 신세 속에서도 ‘이 영화는 반드시 된다’는 신념 하나로 버틴 무명의 강형철 감독처럼 지금 올드 보이는 직장을 얻을 수 있다는 시도에서 확고하게 자기를 믿어야 한다.

 대학가 올드 보이는 우울하다. 행여 일시적인 찬밥 신세라고 위안할 수 있다. 그러나 포기하면 안 된다. 110번 이상 고친 과속 스캔들 시나리오처럼 이력서 쓰기를 반복하자. 대학 입학 후 등록금 포함 5000만원 이상을 비용으로 지출하고도 취업하기 힘든 지금 여건을 과속 스캔들의 성공처럼 언젠가는 좋은 직업을 가질 날이 올 것이라는 자기 확신을 갖고 구직 시장을 끊임없이 노크하자.

 대학생 7% 이상이 올드 보이, 올드 걸이 되는 상황을 정부도 더 방치하지 말고 정책 대안을 숙고해야 한다. 고용의 복합 불황을 언젠가 극복할 날이 올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야 한다. 은어 ‘올드 보이’가 우리나라 대학가에서 점차 자취를 감추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김준성 연세대 직업컨설턴트 nnguk@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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