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혀를 디지털 영상으로 촬영해 병을 진단할 수 있는 한방의료기기가 개발됐다.
한국한의학연구원(KIOM·원장 김기옥) 김종열 박사팀은 혀의 색깔과 설태(혀에 낀 하얀 이물질) 등의 분포를 인식해 환자의 병을 판별할 수 있는 디지털설진기를 개발했다고 26일 밝혔다.
개발된 디지털설진기는 얼굴 구조에 맞는 인체공학적인 인식장치에 디지털카메라를 장착해 혀의 상태를 촬영한 뒤 환자 자신이 PC 모니터를 살펴보면서 자신의 병증을 판단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설진기는 촬영한 혀의 상태를 부위별로 분할한 뒤 설태와 설질(설태가 끼지 않은 부위)의 색깔이나 표면의 특징을 잡아내 병증을 인공지능 방식으로 판독하게 된다. 특히 혀 주변에 외부에서 들어오는 빛을 차단하고 촬영하도록 설계돼 주변환경에 관계없이 균일한 진단효과를 얻을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사람 혀의 각 부위가 인체 기능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고, 혀에 끼는 설태의 위치와 색깔에 따라 병증을 구분하고 있다. 예컨대 황색 설태는 몸이 뜨거운 열증을 나타내며, 백태는 한증을 의미한다. 또 자색태는 어혈 등 비정상적인 물질이 몸에 있다는 것이며, 회태나 흑태는 몸의 진액이 메말랐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디지털설진기를 통한 설태 판정의 정확도가 80% 정도이며, 현재 설진기를 활용해 소화기나 폐 관련 질환 진단효과를 임상시험을 통해 검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종열 박사는 “디지털설진기는 PC 기반으로 혀의 상태를 통해 누구나 간편하게 진단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며 “앞으로 정확도를 높이고 사용자가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U헬스 기반의 진단기기 등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