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냉동수산물 수입 사업을 하기로 했어요.” “요즘 개성공단도 막히는데, 리스크가 너무 크잖아요?” “그래도 앉아서 죽을 수는 없잖아요….”
최근 전자문서 관련 중소기업 사장과 나눈 전화 통화다. 행정안전부와 지식경제부가 공동으로 추가경정 예산에 요청한 800억원 규모의 전자문서 예산이 전액 삭감됐다는 전자신문 보도가 나가자 여기저기서 ‘악’ 소리가 터져나왔다.
민간 부문 투자가 꽉 막힌 가운데 기대를 모은 정부의 ‘디지털 뉴딜’마저 용두사미로 끝날 것 같다는 소식에 비판을 넘어 이젠 체념으로 이어졌다. 그나마 냉동수산물 유통 신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것은 다행이다. 어쨌든 생존해보겠다는 의지라도 남아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장은 회사 문을 닫겠다든지, 아예 건설업으로 전환하겠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정부의 ‘디지털 뉴딜’ 추경 예산이 쥐꼬리 수준으로 전락하면서 후폭풍은 이미 시작됐다. 중소 IT업체들의 ‘탈IT화’와 몰락은 시간 문제로 여겨지는 분위기다. 기획재정부는 당초 이번 추경 테마를 일자리 창출과 중소기업 지원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가장 중소기업이 많은 IT 분야 예산이 대폭 삭감되면서 취지는 온데간데없어졌다. 비판이 이어지면서 최근 재정부가 IT 분야 일부 증액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규모가 너무 적어 생색 내기용에 그칠 전망이다.
IT 벤처강국이란 찬사가 옛말이 될 날도 이젠 머지않았다. “디지털 뉴딜에는 고작 4000억원도 투자하지 않으면서 자전거 도로에 1조2000억원이나 투입한다고 하지요. 이럴 줄 알았으면 IT가 아닌 자전거 산업에 뛰어들 걸 잘못했네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한숨 짓는 한 중소업체 사장의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생생하다.
정보미디어부=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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