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기업의 설비 투자가 크게 감소할 전망이다. 각 기관은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부진과 신용 경색이 기업의 설비 투자를 급격하게 위축시켜 올해 설비 투자 증가율이 외환 위기 이후 최악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에 따라 성장 잠재력 상실이 우려됐다.
1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실질 기준 설비 투자 증가율은 지난해 1분기 1.4%, 2분기 0.7%로 사실상 정체 상태에 머물다 3분기 4.7%로 소폭 높아졌다. 그러나 실물 침체가 본격화된 4분기에는 -14.0%로 추락하면서 연간 -2.0%를 기록했다. 설비 투자가 감소한 것은 2003년의 -1.2% 이후 5년 만이다.
올해 들어 감소세가 더 심각하다. 통계청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올해 1월의 설비 투자는 작년 동월 대비 25.3% 감소했다. 설비 투자의 선행지표인 국내 기계 수주는 47.8%로 감소하면서 거의 ‘반토막’이 났다. 이에 따라 올해 설비 투자 감소폭은 두 자릿수로 급격히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올해 상반기 설비 투자가 23.2% 급감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반기에는 -5.6%로 감소세가 둔화하면서 연간 -14.7%를 기록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상반기 설비 투자 감소율이 15%에 이르면서 연간 약 10% 감소할 것으로, 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 설비 투자 감소율을 11.5%로 내다봤다. 한국개발연구원은 설비 투자 증가율이 상반기 -15.2%에서 하반기 0.6%로 다소 개선되면서 연간 -7.7%를 나타낼 것으로 봤다. 그러나 전망 이후 부정적인 상황이 이어진만큼 수치가 당초 전망보다 악화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설비 투자를 주도해온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부문도 경기 침체 영향을 받았다. 반도체는 지난해(총 9조6000억원)와 비교해 최악의 경우 3분의 1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난해 반도체에 7조원을 투자했던 삼성전자는 올해 2조∼3조원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며 2조6000억원을 투자했던 하이닉스는 1조원에 그칠 전망이다.
디스플레이도 설비 투자가 4조원으로 반토막날 가능성이 높다. 이미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9조원에서 올해 2조∼2조5000억원으로 시설 투자액을 줄이겠다는 방침을 밝혔고, 삼성전자도 1조원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11세대 공장 신설과 8세대 공장 증설 등 LCD 신·증설 투자를 내년으로 넘기고, LG디스플레이는 저온폴리실리콘(LTPS) 라인 증설을 제외하고 기존 라인 보완 투자에 머물 것”이라고 말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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