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공룡 기업, 영역파괴 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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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경제 위기 속에 공룡 IT 기업들의 사업 영역 파괴가 속도를 냈다.

 최근 인텔·IBM·델 등이 신시장 개척에 공을 들이는 가운데 네트워크 장비 업계 1위 시스코시스템스가 서버 시장에 진출했다. 조만간 ‘네트워크 전문기업 시스코’ 또는 ‘프로세서 전문업체 인텔’ 등의 표현이 사라질 가능성도 덩달아 높아졌다. 업계는 불황으로 인해 새 수익원 발굴이 불가피해진 대형 업체들의 이 같은 ‘외도’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성공 여부는 ‘두고 볼 일’이라는 반응도 나왔다.

 ◇신사업 진출 ‘너도나도’=시스코는 이날 선보인 블레이드 서버 외에 홈엔터테인먼트 가전 분야에도 촉수를 뻗쳤다. 지난 1월 미 소비자가전전시회(CES)에서 첫 가정용 홈엔터테인먼트 기기를 공개했다. IBM은 하루 앞서 수자원관리 서비스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이 결정은 IBM의 신재생 에너지 분야 프로젝트인 ‘빅그린 이노베이션’의 일환으로 향후 IT를 기반으로 한 수자원 관리 시장이 최대 200억달러까지 확장될 것이라는 기대에 따른 것이다. 인텔도 최근 앤드루 그로브 고문을 통해 ‘자동차용 2차 전지’를 차세대 먹거리로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마트폰·넷북 등이 ‘돈 되는 품목’으로 급부상하자 시장 쟁탈전이 점입가경으로 치달았다. 델·에이서·아수스텍 등 대표적 PC업체는 스마트폰 개발을 잇따라 공식화했다. 세계 1위 휴대폰 업체인 노키아는 넷북을 포함한 노트북PC 사업 진출을 선언하고 대만 업체를 대상으로 위탁생산업체를 찾고 있다.

 ◇시장 파괴력(?), ‘지켜볼 일’=기존 주력 사업만으로는 안정적인 매출 창출이 어려워진 대형 업체들은 장기적인 생존을 위해 너도나도 신규 매출원 발굴에 열을 올리고 있다. 2000년대 초 스위치·라우터 등 네트워크 장비로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스코는 2005년 이후 핵심 사업군의 매출이 감소세로 돌아섰다. 지난 2008년 회계연도에 네트워크 사업부 매출은 전년도 성장률인 16%에 크게 못 미치는 10%에 머물렀다. 경기 침체로 인한 소비 심리 위축, 그로 인한 가전 판매량 급감 등이 인텔·마이크로소프트 등 우량 기업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이들이 신시장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존 체임버스 시스코 회장은 서버 제품 발표장에서 “유니파이드 컴퓨팅 시장이 수십억달러 규모에 이른다고 판단돼 진출을 결정했으며 기회는 무한하다”고 한껏 기대감을 나타냈다.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경험이 전무한 분야에서 단시일 내 성과를 거두기란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제임스 스테이튼 포레스터리서치 애널리스트는 “기업들이 서버 판매 경험이 없는 시스코의 제품을 선뜻 살 이유가 없다”며 “서버 시장에서 시스코가 기록적인 매출을 올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정보통신과 컴퓨팅의 영역 파괴가 이뤄지는 컨버전스 시대에 IT기업들의 신규 영역 진출은 앞으로도 끊임없이 이어질 전망이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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