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마켓 짝퉁의 진실](상) 수입따로 인증따로

　병행수입제품에 대한 짝퉁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 공식 수입사들이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짝퉁으로 몰아버리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오픈마켓 역시 짝퉁 판매 근절을 위해 다양한 브랜드 보호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지만 이 또한 한계에 봉착하고 있다. 병행수입과 관련한 끊이지 않는 오픈마켓의 짝퉁 시비와 현황, 전망 등을 2회에 걸쳐 해부해 본다.

　오픈마켓에서 패션상품을 판매하는 A씨는 올 2월 오픈마켓에서 상표권 위반 신고가 들어왔으니 물품 판매를 중지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수입신고필증까지 받고 정식으로 정품을 수입했던지라 A씨로서는 청천벽력같은 일이었다. 정품임을 확인하는 소명서를 제출하면 된다고 해서 수입신고필증을 첨부했으나 해당 수입사는 ‘짝퉁’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A씨는 브랜드사에서도 실수할 수 있지 않느냐며 오픈마켓에 목소리를 높였지만 소용 없었다. 결국 A씨는 하는 수 없이 “정품으로 속아서 잘못 수입했다”고 공식수입사에 사정했고 오픈마켓에서 정지시킨 아이디를 간신히 복구할 수 있었다.

　오픈마켓에서 판매되는 병행수입품에 대한 짝퉁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

　병행수입은 정부가 수입공산품의 가격인하를 유도하기 위해 1995년 11월부터 허용기준을 마련, 시행하고 있는 제도다. 상표의 고유기능인 출처표시 및 품질보증 기능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수입이 허용된 병행수입품은 관세청에 8%의 수입관세를 내고 들여오는 진품이다. 이에 반해 병행수입을 빙자한 짝퉁은 관세청을 통관하지 않는 등 몰래 들여오는 밀수품을 말한다.

　문제는 병행수입 제품에 대해 진품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곳은 공식 수입업체밖에 없다는 점이다. 공식 수입업체가 진품임을 확인해 주지 않으면 짝퉁으로 몰리기 십상이다. 이에 따라 온라인몰에서 짝퉁 시비가 붙을 경우 판매가 중단돼 해외 유명브랜드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소비자 권익이 상실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캐논 카메라(모델명 EOS 450D)의 경우 공식수입판매 가격은 82만8000원이지만 병행수입 판매가는 이보다 20% 가량 저렴한 65만원에 구입할 수 있다. 샤프전자의 PMP(모델명 SP710)도 판매가는 42만8000원이지만 병행수입 판매가는 31만원이다.

　또한 페라가모 지갑(22-4627)의 백화점 판매가는 22만5000원이지만 병행수입 가격은 15만8000원에 구입할 수 있다. 그만큼 병행수입을 통해 소비자가 해외 유명브랜드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진품 판정 칼자루는 상표권 라이선스를 갖고 있는 공식 수입업체가 쥐고 있다. 이로 인해 오픈마켓에서 짝퉁시비가 붙을 경우 병행수입 판매자는 아이디와 자격까지 정지될 수 있어 영업상 큰 피해를 입게 된다.

　노스페이스 병행수입업체인 한아아이엔티 유강현 이사는 “해외 아울렛을 통해 노스페이스 정품을 국내에 수입해 판매하고 있지만 라이선스는 공식 수입사가 가지고 있어 진품여부 확인은 어려운 점이 있다”며 “병행수입 판매상들은 제품에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규모가 영세해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국내 독점적 지위가 있는 공식 수입사들 역시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공식 수입업체에 있어 병행수입업체는 골칫거리인 것은 분명하지만 해당 제품이 진품이고 수입가격이 일관성을 유지할 경우 통제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에서 해외 유명브랜드의 판매를 위해 광고와 판촉 등 많은 비용을 지출하며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지만 병행수입업체는 여기에 ‘무임승차’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캐논코리아 한 관계자는 “병행수입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이를 악용하는 수입상으로 인해 브랜드 시장의 물이 흐려지고 있다”며 “제품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많은 마케팅 비용을 지출하고 있지만 오히려 병행수입품을 홍보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김동석기자 d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