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통 규제였다. MB정부 들어 그랬으며,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얘기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규제를 풀어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자는 이른바 ‘규제 완화론’이다.
규제란 무엇인가. 규제는 조직의 구성원이 특정 상황에서 일정한 행위를 하도록 명하는 일반 명제에 다름 아니다. 어떤 것을 하지 못하게 하는 통제에 따른 외적 규제라는 얘기다. 규제 완화론은 그래서 이런 외적 규제사슬을 풀고 자율 시장경쟁 체제를 만들자는 논리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글로벌 경제 체제에 대비하자는 얘기와도 일맥상통한다.
맞는 얘기다. 그런데 녹색(Green) 시대에도 그럴까. 녹색 시대에는 기존의 규제 완화와는 정반대의 얘기들이 가능하다. 그린이 전 지구적인 화두가 되고 정치·사회·경제의 지배논리가 되면 달라진다는 얘기다. 이른바 녹색 규제가 새 화두가 될 것이다. 교토의정서가 이를 방증한다. 탄소 배출량을 줄이자는 얘기는 곧바로 규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녹색 규제가 바로 그것이다. 규제는 곧바로 산업으로 이어진다.
녹색 시대로 진입하면 녹색 규제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것이다.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보다 다양한 규제가 생겨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규제 리스크를 대비해야 한다는 얘기가 그래서 나온다. 각종 법·제도는 물론이고 산업 정책의 지향점이 바뀌어야 한다는 얘기다. 좀 더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생각해볼 때라는 것이다.
정부가 앞장서야 한다. 직·간접적인 방법이 동원돼야 함은 물론이다. 예컨대 에너지효율을 1% 올리는 기업에 세제혜택을 주는 방법이 있다.
도시건설도 생각해볼 수 있다. u시티 구축 시 G(그린)시티 개념으로 설계하도록 하는 것이다. 모바일 유비쿼터스 관점에서 IPTV를 접목하고 이를 통해 의료나 교육 등을 원격에서 해결하면 탄소배출량이 30∼50% 감소한다.
유통 분야의 공급망관리시스템을 예로 들어도 마찬가지다. 소비재 산업과 소매 산업은 비효율적인 공급망으로 인해 매년 전체 판매액의 3.5%에 이르는 손실을 안고 있다고 한다. 의료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의료영상전송시스템을 포함한 첨단 표준 정보시스템을 설치한 의료원에 대폭적인 세제지원을 하는 것이다. 의료분야는 현재 진단과 의약품 개발, 의료기록, 보험기관, 지역사회 간 연계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대운하도 같은 맥락이다. 통합수자원관리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경인운하는 수로 전반에 걸쳐 센서, 로보틱, 컴퓨팅 기술을 네트워크 상에 분산 배치하면 엄청난 경제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위기가 기회라는 얘기는 그래서 통한다. 세계적인 경제위기 상황이지만 현재뿐 아니라 미래를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럴 때일수록 한발 앞서 녹색 규제 리스크에 대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우리와는 달리 미국과 일본이 각기 150조가 넘는 천문학적인 돈을 IT 분야에 쏟아붓는 의미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저탄소 녹색성장이 곧 토목·건설만은 아니라는 얘기다. IT 투자는 규제 리스크 대처법이자 녹색성장의 밑거름이다.
사회와 기업시스템의 업그레이드가 필요한 시점이다. IBM이 주창하는 사회전반의 스마트한 시스템 구축이 필요한 시기다. 산업 경쟁력 강화의 또 다른 시발점임은 물론이다. 규제 리스크에 대한 대비는 그래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지금이 바로 그때다. <정보미디어부 박승정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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