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 글로벌 스타를 향해](8-1부)우리에게도 길이 있다⑦피나는 노력의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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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진출 초창기인 2001년, 안철수연구소 일본 법인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일본 아키하바라 내 전자매장으로 직접 나와 V3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소프트웨어(SW) 기업의 해외진출 노력은 눈물겹다. 기술력은 차치하고서라도 든든한 내수시장이 없는 상황에서 속칭 ‘맨땅에 헤딩’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중견·중소기업이 대부분이라 자칫 해외사업에 ‘올인’하면 국내사업의 뿌리마저 흔들릴 수 있다. 그래서 SW기업들은 해외 진출이 성장을 위해 반드시 이뤄야 할 것으로 생각하면서도 주저하게 된다. 이를 극복하고 해외시장을 일군 기업들에 비결을 물었다. ‘정직’ ‘신뢰’ ‘성실’과 같은 평범한 대답이 돌아왔다. 뻔하지만, 이 평범한 진리를 실천하기 위해 사장부터 말단 직원은 피를 흘리고 땀을 쏟았다.

 ◇열정을 보여줘라=민동식 미라콤아이앤씨 부사장(중국법인 대표 겸임)은 2001년 중국 땅에 첫발을 딛은 뒤, 지금도 1년의 절반은 해외에서 보낸다. 중국시장에서 한국은 이른바 ‘샌드위치’ 신세였다. 기술력으로는 이미 포진하고 있는 글로벌SW업체에 밀리고, 가격경쟁력은 중국 토종SW기업보다 떨어지는 것이다. 그는 열정으로 한계를 극복했다. 중국에서 처음으로 대형 고객사와 계약하기 위해 그는 한국에서 비행기를 타고 중국 상하이공항에 도착한 뒤, 다시 콩나물 시루 같은 버스를 타고 10시간을 오가는 강행군을 거듭했다. 6개월의 영업기간 동안 무려 20차례를 왕복한 것이다. 민동식 부사장은 “외국의 작은 SW기업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밤을 새우며 프레젠테이션과 데모를 준비했다”며 “미라콤의 열정과 프로다운 모습에 차츰 신뢰를 쌓아 계약을 성사시킬 수 있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열정은 여전하다. 민 부사장은 최근 3년 동안 여권을 세 차례나 바꿨다. 그는 “얼마 전 독일 출장 때 입국심사관이 여권을 보고 ‘당신의 거주지가 어디냐, 공항이 집이냐’고 물어보더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도 출장 이동에 걸리는 시간이 아까워 명절이나 공휴일에 맞춰 출장을 계획한다.

 인간적인 친밀감을 쌓는 데도 애썼다. 민 부사장은 “현지 고객과 식사를 하면서 우리가 먹기 힘든 혐오(?) 음식도 종종 만날 수 있었다”며 “그러나 고객이 권하면 맛있게 먹은 후 재차 주문까지 한 뒤 소화제를 찾는 미라콤 직원들이 그렇게 감사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신뢰는 생명, “다 불태웁시다”=지난해에는 현지 매출로 110억원을 돌파한 안철수연구소지만 첫 해외사업은 쉽지 않았다. 2000년 9월, 안철수연구소는 당시 일본과 사업을 진행하던 한화재팬과 제휴해 일본 제1의 유통망인 소프트뱅크에 ‘V3프로 2002’를 판매하기로 했다. 그러나 한국에서 선적을 마친 후 일본에 도착한 제품을 한화재팬에서 테스트한 결과 글자가 깨지는 오류가 발생했다. 한국 실무진에서는 패치로 이 문제를 해결하자 제안했지만, 당시 곽영욱 일본사업팀장은 제품을 불태울 것을 제안했다. 결국 2억5000만원어치의 첫 수출품은 그렇게 연기로 사라졌다. 이후 한 달 뒤 같은 제품을 실어보냈다. 그러나 이번에는 소프트뱅크가 테스트한 과정에서 콤마 모양이나 일본어에 없는 띄어쓰기, 선과 같은 언어적 오류가 발견됐다. 곽 팀장은 “직접 소프트뱅크 담당부장을 찾아 손이 발이 되도록 빌고 나니 하는 말이 한국에서 만든 제품이 다 뻔하지 않으냐는 것이다”며 “너무나 모욕적이었지만 또다시 물건을 다 태울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곽 팀장은 한 달 가까이 일본에 머물며 제품을 보완했다. 우여곡절 끝에 2억5000만원가량의 물량이 일본 전자상가에 시판됐다. 곽 팀장은 “앞서 일본 시장을 공략했던 한국SW기업들은 이 같은 문제로 철수하며 깔끔하게 마무리를 하지 않아 이미지가 좋지 않았다”며 “첫 단추를 제대로 끼우지 않으면 실패하리라는 판단에 계속 제품을 보완해가며 악착같이 매달렸다”고 말했다.

 ◇한 번 맺은 인연, 검은머리 파뿌리될 때까지=알티베이스는 ‘인연’을 소중히 여겨 해외시장을 뚫었다. 2003년 중국 내 파트너인 ITEC와 처음 인연을 맺은 뒤 근 7년간 동고동락해 차이나모바일, 차이나유니콤, 차이나텔레콤 중국 3대 통신사를 비롯한 40여개 사이트에 100여개의 라이선스를 공급했다. 2003년 당시 중국의 IT인프라는 열악한 수준이었으나, 회사 측은 잠재력에 주목했다. 특히 통신 시장을 중심으로 실시간 데이터 처리와 관련한 수요가 급증하리라 판단했던 것. 당시 중견SI업체인 ITEC는 세빗을 관람하다 알티베이스를 만나 협력을 제안했다. 알티베이스 역시 현지 사정에 밝은 파트너 물색을 고려하고 있어 중국 내 독점 영업권을 제공하기로 결심했다. 양사는 파트너관계를 넘어서는 동반 성장전략을 택했다. 전시회 공동참여는 물론이고 정기세미나를 개최하며 신뢰를 쌓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김기완 알티베이스 사장은 “사실 중국은 많은 IT업체가 탐내던 시장이었으나 현지 특성에 대한 이해가 없어 오래지 않아 시장에서 철수하는 사례가 많다”며 “중국 상황이 안 좋아질 때는 딴 생각이 들 때도 있었지만 ITEC와 함께 성장한다는 목표로 의기투합해 이 같은 성과를 올렸다”고 말했다.

 민동식 미라콤아이앤씨 부사장은 “해외사업은 아무리 훌륭한 경험과 기술이 있어도 거리, 시간, 언어, 문화라는 ‘4중고’를 극복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며 “고객을 도와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 감동을 주는 것만이 이러한 제약을 뛰어넘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정진욱기자 coolj@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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