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장이 바뀐 다국적 통신장비업체들의 한국 내 사업 전략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특히 최근 변화는 단순한 수장 교체가 아닌 한국 내 사업 체계 변화와 직결돼 있어 더욱 관심을 끈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알카텔-루슨트, 어바이어, 화웨이 등 최근 한국을 이끄는 수장이 바뀐 다국적기업들이 이전의 사업전략에서 크게 변화된 모습을 보여 관심을 끌고 있다. 이들 기업은 특히 주력분야 변경은 물론 사업 방식에 있어서도 기존의 틀에서 벗어난 새로운 시도를 진행중이다.
◇알카텔-루슨트, 2∼3년 후 초점=한국알카텔-루슨트 신원열 신임 사장은 올해를 ‘없는 시장’으로 분석했다. 경제위기, 합병 등의 변수로 인해 통신사업자들의 정상적인 투자가 힘들다는 판단 때문이다. 또, 회사 내부적으로도 WCDMA, 교환기 등 주력 분야의 매출 감소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 같은 어려움을 피할 수 없다면 시선을 좀더 먼 곳에 둘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신 사장이 초점을 맞춘 시점은 2∼3년 후다. IPTV, LTE 등 새로운 서비스를 수용하기 위해 2∼3년 내에 대대적인 네트워크 업그레이드가 일어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통신사업자들과도 2∼3년을 내다본 장기적인 발전방향을 논의하는 데 힘을 싣고 있다.
◇어바이어, 한국 솔루션 ‘진짜 파트너로’=양승하 사장의 취임 일성은 ‘국내 솔루션 업체와의 협력’이다. 국내 산업별 시장에 특화된 솔루션 업체들과 협력, 한국화된 솔루션을 공급하겠다는 생각이다. 최근 폭발적인 시장 성장을 보이고 있는 통합커뮤니케이션(UC)의 분야에서는 국내 솔루션을 공급하는 업체 제품을 어바이어의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과 연계해 공급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 파트너 기업들의 성격도 제품을 공급에 초점이 맞춰진 유통 채널의 성격에서 솔루션 파트너로 변화되는 셈이다.
어바이어가 자사 양방향 음성·비디오 응답기(IVVR)에 국내 업체 솔루션을 연계, 아시아나 콜센터에 설치한 ‘VRS(Video Response System)’의 경우처럼 국내 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구축한 사례를 패키지화해 세계 시장도 진출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화웨이, 광에서 무선으로=새로 선임된 화웨이코리아의 판야오 신임 사장은 무선 전문가다. 지난 5년여간 한국지사를 이끌던 창 즈 지사장은 광 전문가였다.
지사장 교체 자체가 주력 사업 분야의 변화와 맥을 같이 한다. 신임 판 사장은 2001년부터 2006년까지 태국 지사에서 근무하면서 태국 현지 최대 통신사업자인 AIS를 화웨이의 최대 해외 레퍼런스이자 전략적 파트너로 확보한 인물이다. 또 2007년에서 2008년까지 베트남 지사장으로 근무하면서 베트남 현지 통신사업자인 비에텔, VMS, 비나폰, 허치슨텔레콤에 차례로 장비를 공급, 2년여만에 화웨이의 베트남 매출을 900%나 신장했다. 한국에서도 SK텔레콤, KTF 등 이동통신사업자를 중심으로 새로운 성과를 만들어갈 예정이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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