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크리’시대, 산업지형이 바뀐다](2)부활하는 ‘메이드 인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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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화가치 하락으로 중국 톈진 에어컨 공장 유지 비용이 상대적으로 높아졌다. 중국 생산 물량 중 일부를 한국으로 돌릴 계획이다.”(남용 LG전자 부회장)

 “고환율 여파로 중국 인건비 메리트가 사라졌다. 제품에 ‘메이드 인 코리아’를 붙이는 것이 브랜드 측면에서도 유리하다.”(오태준 조아스전자 사장)

 날개없이 추락하는 원화 가치가 IT·가전 업체의 생산 방식까지 바꿔 놓고 있다. 2000년대 초반 값싼 인건비를 찾아 중국 등 해외로 대거 이전한 제조업체가 다시 국내로 돌아오고 있다. 원화 약세로 해외 인건비가 국내보다 상승하는 등 메리트가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 여기에는 ‘메이드 인 코리아’라는 부가가치를 얹을 수 있다는 현실적인 판단도 크게 작용했다.

 LG전자는 이미 중국 공장에서 생산하던 세탁기와 에어컨 일부 물량을 창원 공장으로 이전했다. LG전자 측은 “작년부터 세탁기 일부 기종을 창원공장으로 돌렸다”며 “올해 들어서는 중국 톈진공장의 에어컨 생산 물량 50만대를 창원 공장으로 이전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세탁기의 국내 생산 비중을 40%선으로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생산라인을 아예 한국으로 돌리는 ‘U턴’으로 확대 해석할 수는 없지만 고환율 여파에 따라 가격 경쟁력과 생산 효율화를 위해 생산 물량 조절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주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도 중국에서 생산을 계획했던 일부 하이엔드 휴대폰 생산을 구미 공장에서 생산 중이며 대우일렉도 중국에서 생산하던 전자레인지 일부 모델을 국내 광주 공장에서 생산할 계획이다. 대우 관계자는 “이달 중 일부 전자레인지의 금형을 국내 공장으로 이전할 계획”이라며 “전면적인 생산 이전이라기 보다는 고환율 여파에 따른 생산량 조절 측면이 강하다”고 밝혔다.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도 생산 라인을 국내로 이전하고 있다. 고환율이 사업의 존폐마저 위협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해외 공장을 아예 폐쇄하는 기업도 속출하고 있다.

 조아스전자는 드라이기를 제외한 중국 쓰촨성 공장의 생산 물량을 전량 국내로 이전했다. 냉난방기기를 생산하는 코퍼스트도 경기도 이천에 새 공장을 지었다. 이 업체는 광주 광저우의 공장을 아예 폐쇄했다. 코퍼스트 측은 “베이징 올림픽 이후 중국 인건비가 크게 오른데 이어 고환율 여파로 중국 생산의 장점이 크게 줄어들었다”며 “한국 제조업체의 탈중국 현상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물론 고환율 여파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으로 환율이 진정되면 다시 해외 생산이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이에 따라 일자리를 창출하고 국내 IT 생산 기반을 효율화하기 위한 후속 조치가 이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