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이 유동성 위험을 피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현금 확보에 나서고 있다. 투자보다는 현금 확보가 우선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5일 재계 및 재벌닷컴에 따르면 금융계열사를 제외한 삼성, 현대차, 현대중공업, LG, SK, 금호아시아나, GS, 한화, 롯데, 한진 등 10대 그룹 상장 계열사의 지난해말 현금성 자산은 52조9000억원으로 2007년 말 40조1000억원에 비해 31.9% 증가했다. 현금성 자산은 기업들이 보유한 현금과 만기 3개월 미만의 채권, 유가증권 등의 금융상품을 말한다. 특히 작년 말 유동성 위기설에 휩싸여 홍역을 치렀던 그룹의 현금 확보 노력이 두드러졌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07년 말 1조3000억원이었던 현금성 자산을 작년 말 3조9000억원까지 늘렸다. 부채비율이 금호아시아나와 비슷한 한화그룹도 일년 새 현금성 자산을 2조원 넘게 늘려 2조3000억원을 확보했다. SK도 일년 새 현금성 자산을 3조원이나 늘려 작년 말 현금성 자산이 5조6000억원에 달했다. 현대차그룹은 6조4000억원으로 전년도에 비해 20.3%늘었다. 삼성그룹은 13조4000억원으로 가장 많았지만 증가율은 1.7%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이 경기침체의 장기화에 대비해 생존자금 확보에 열을 올리면서 작년 하반기 회사채 발행과 은행 차입 등을 통해 현금성 자산을 크게 늘린 것으로 분석했다.
한편 10대 기업의 부채비율은 평균 101.9%로 5년만에 100%를 넘어섰다. 이는 2007년 말의 84.3%에 비해 20%포인트 가까이 높아진 것으로 10대 그룹 계열사의 부채비율은 외환위기 당시 300%를 넘었으나, 정부의 고강도 구조조정 추진으로 지속적으로 낮아져 2004년 말 97.5%로, 처음 100% 밑으로 내려왔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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