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 초기에는 업무 자동화를 통한 생산성 향상이 중요한 과제였다. 가격 경쟁력이 중요한 시장 환경 속에서 IT투자를 대폭 확대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기업들에는 중요한 경영 과제의 하나였다. 그 결과 많은 업무가 IT화됐고, 이제 IT가 사업 수행의 필수 도구로 자리 잡고 있다. IT에 대한 경영층의 시각도 단순한 생산성 향상이나 비용 절감의 차원을 벗어나, 경쟁자에 대한 비교 우위를 확보하는 전략 무기로 활용하려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특히 IT시스템 안에 축적돼 있는 방대한 데이터를 과학적이고 통계적으로 분석해 적중률 높은 전략을 도출하는 체계적인 접근이 시도되고 있다. 고객의 특성이나 성향을 분석해 마케팅에 활용하는 CRM, 비용과 수익의 세분화된 분석을 통한 성과 관리, 발생 가능한 위험을 미리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는 각종 경보체계 등은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경쟁이 심화되는 시장 환경에서 더 이상 비용 절감 위주의 전략은 통하지 않는다. 남보다 앞선 상황 분석을 통해 경쟁자가 따라올 수 없는 블루오션 전략을 구사해야 생존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점에서 데이터를 통한 정확한 미래 예측은 사업 전략 입안과 실행의 필수 요소라고 하겠다.
하지만 기업들이 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하는 데는 어려움이 많다. 시스템에 축적된 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무엇보다 먼저 데이터의 품질을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알게 모르게 많은 오류를 내재하고 있어 이를 활용하면 오히려 잘못된 결론을 도출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이렇다 보니 중요한 의사결정에서 데이터를 믿고 활용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데, 방대한 데이터가 있다 해도 품질 문제 때문에 제대로 활용할 수 없다면 무슨 소용인가. 마치 대양 한가운데에서 표류하는 난파선 승객이 엄청난 물에 둘러싸인 채 목말라 죽어가는 것과 흡사한 상황일 것이다.
데이터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데이터 품질을 확보하려는 노력도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데이터 특성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없이 단기간에 효과를 얻으려고 성급하게 시도하다가 오히려 문제를 더욱 풀기 어렵게 만드는 때도 많다.
데이터 품질을 악화시키는 요소는 업무 활동 전반에 광범위하게 존재한다. 업무 처리에 필요한 최소한의 데이터만 기록하고 나머지는 의미 없는 내용을 등록한다거나, 데이터를 중복으로 관리한다거나, 부문끼리 서로 다른 기준을 적용해 데이터를 기록한다거나, 동일한 데이터를 여러 사람이 조작해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다거나, 시간이 흘러 유효하지 않은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 등 각자의 제한된 업무 관점에서는 별 문제가 없어 보이는 작업 처리가 궁극적으로는 조직 전체의 데이터 품질을 저해하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대부분 기업은 이렇게 근본적인 문제점을 인식하고 해결책을 모색하기보다는 당장 눈앞에 보이는 IT시스템의 오류를 찾아내고 고치는 작업에 치중하곤 한다. 그러다 보면 데이터 품질은 IT부서가 전담해서 해결해야 할 과제로 인식되고, 나아가 IT시스템의 정비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로 치부되곤 한다. 하지만 데이터 품질의 향상은 궁극적으로 전체 조직의 업무 처리 프로세스의 점검 및 개선을 통해서만 이뤄질 수 있는 목표다.
데이터 품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현재 안고 있는 데이터 품질의 문제가 얼마나 심각하고, 이를 통해 우리가 감당해야 하는 위험이나 손실이 무엇인지, 혹은 데이터 품질을 확보해 우리가 얻게 되는 이익이 무엇인지를 인식하고 이를 조직 내에서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기업이 보유한 방대한 데이터 중에서도 사업에 큰 영향을 미치는 데이터를 선별하고, 이 데이터를 대상으로 집중적인 품질향상 활동을 시행하고 가시적인 효과를 보여주어 더 많은 관심과 자원을 확보하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펼쳐야 한다.
데이터는 여러 업무에 광범위하게 흩어져 있고, 데이터의 활용도 복잡한 이동 경로를 통해 이뤄진다. 따라서 데이터를 제대로 관리하려면 조직 전체의 데이터 구성, 데이터 조작이나 활용, 데이터 흐름을 일목요연하게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렇게 전사적인 차원에서 데이터 현황을 파악하고 관리하기 위해서는 IT부서뿐만 아니라 데이터와 관련된 모든 부문에서 필요한 관리 활동을 수행해 주어야 한다.
그러므로 데이터 품질 확보는 조직 구성원 모두가 그 중요성을 인식하고 총체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과제다. 학생 시절에는 누구나 부모나 스승, 어른들로부터 열심히 공부하라는 소리를 들으며 자라게 된다. 하지만 학생들은 자신의 미래에 펼쳐질 결과를 현실적으로 체험하고 실감하기 어렵기 때문에 소중한 인생의 지혜를 들어도 거기 담긴 의미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학업을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다. 시간이 좀 더 흐른 뒤에야 본인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인내가 필요하다는 것을 뒤늦게 알고 후회하지만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다.
데이터 품질을 확보하는 과정도 마찬가지다. 데이터의 품질을 확보하는 것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힘들고 어려운 작업이다. 하지만 그 열매는 그만한 시간과 노력을 투입할 만한 가치가 있다. 데이터 활용을 활성화하고 사업 전략에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경쟁자들에 대해 비교 우위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 품질의 중요성을 조직 전체에서 인식하고 움직이기는 쉽지 않다. 그런 노력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생겨난 것도 비교적 최근에 생겨났다. 시도한 기업도, 성공 사례도 아직은 그다지 많지 않다. 하지만 데이터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조직 전체가 데이터 품질 확보에 전념하는 기업만이 미래가 보장된다는 것만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냉정한 현실이다.
이진우 투이컨설팅 부사장 jwlee@2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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