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BIZ+]KRX 차세대시스템 경쟁력 대해부

 “한국거래소(KRX) 시스템이 곧 국가 금융시스템이다.” KRX시스템이 건실하게 운영되면 우리나라 금융시스템 경쟁력도 그만큼 높아진다는 의미다. 하지만 역으로 KRX시스템에 문제가 생기면 국가의 금융시스템은 삐걱거릴 수밖에 없다.

KRX가 설립 이후 올해 최대 격변기를 맞이하고 있다. 올 초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서 전사적으로 체질전환이 불가피해졌고, 문패도 한국증권선물거래소에서 한국거래소로 바꿔달았다.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모든 거래가 이뤄지는 창구의 인프라를 통째로 바꾸는 대대적인 시스템 개편작업을 추진해왔다. 지금껏 운용해온 메인 프레임을 버리고 오픈 시스템인 유닉스 플랫폼으로 교체하는 등 차세대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거쳐 이달 23일 드디어 KRX가 차세대 시스템을 개통할 예정이다.

그렇다면 개통을 앞둔 KRX 차세대 시스템은 어떤 수준일까.

KRX의 차세대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는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할 만한 중요한 사안으로 인식됐다. 이 때문에 초기 개발단계부터 관련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이번 프로젝트는 특히 KRX만을 위한 프로젝트가 아니라 원장을 자체 관리하고 있는 33개 증권사와 코스콤에 위탁 운영하고 있는 40개 증권사들과 연계해 진행되는 대규모 통합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그만큼 규모도 컸고, 장기간 진행돼 왔다.

하지만 개통 시점이 연기되고, 프로젝트 관리가 허술하다는 등 문제점이 불거지면서 관련 업계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그동안 진행된 프로젝트 추진 과정과 그 이면을 살펴보면 KRX 차세대 시스템의 현주소를 가늠해볼 수 있다.

◇말 많은 KRX 차세대 시스템=KRX 차세대 시스템은 그동안 여러 차례 도마에 올랐다. 워낙 대규모 프로젝트여서 이해관계에 따라 의견이 상충될 수 있는 소지가 있기는 했지만 초기 컨설팅 단계에서부터 지금까지 계속 구설수에 시달리고 있다.

초기 컨설팅 단계에서는 한국IBM이 참여한 것에 불만이 높았다. 메인 프레임 사업을 하고 있는 한국IBM 측에 메인프레임을 유닉스로 전환하는 KRX 차세대 프로젝트 컨설팅을 맡기는 것이 바람한지에 논란이 있었다.

KRX 자회사인 코스콤에 개발과 운영을 맡기는 것에서도 잡음이 일었다. 특히 개발 능력에 대한 이슈가 부각됐는데, 이를 놓고 KRX와 코스콤 간 알력이 적지 않았다. 결국 코스콤에서 개발과 운영을 맡고, KRX가 프로젝트의 PM 역할을 담당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최근에는 차세대 시스템 오픈 시점이 늦어지면서 불확실한 시스템 안정성이 다시 한 번 도마에 올랐다. 600억여원이라는 거금이 투자됐는데, 그에 상응하는 시스템 경쟁력이 확보됐는지에 차가운 눈초리가 있는 것이다.

A증권사 CIO는 “중요한 국가 인프라 구축 사업인데도, 그동안 진행 과정을 보면 KRX 측의 프로젝트 관리에 허술한 점이 많았다”며 “테스트를 더욱 엄격하게 추진한다는 명분 아래 오픈 날짜를 늦췄지만 애초부터 프로젝트 관리에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허술한 프로젝트 관리=증권사 CIO들이 프로젝트 관리에 불만섞인 목소리를 내는 것은 KRX가 차세대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매끄럽게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내 70여 증권사에 개발 진척도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불거진 것.

KRX 측은 당초 각 증권사에 전화를 걸어 개발이 어느 정도 진행됐는지 확인했다. 그런데 증권사들의 답변 내용을 그대로 객관적인 자료로 활용했다. 증권사 담당자들이 주관적인 잣대로 “80% 정도 개발됐다”고 말한 내용을 액면 그대로 믿고 프로젝트를 관리해 나갔던 것. 테스트 과정에서도 바빠서 참여하지 못하겠고 봐달라고 하는 증권사가 있었는데, 그냥 넘어간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는 것이다.

B증권사 CIO는 “1월 말에 오픈했으면 CNN 뉴스감이 될 뻔했다”며 “국가신용도에 문제가 되는 중요한 프로젝트인만큼 주도면밀하고 계획적으로 추진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제일 중요한 테스트 작업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는데도 그대로 방치한 것은 분명 잘못이라는 지적이다.

KRX 측도 문제점을 인정하고 있다. 결국은 개통 시점을 늦추는 사태가 발생하고 말았다. 개통시점을 연기하면서 지금은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증권사별 개발 상황들을 면밀히 점검하고, 막바지 테스트 작업에 한창이다.

◆KRX 차세대 시스템이란.

KRX 차세대 시스템은 노후한 현재 전산시스템을 재구축하는 프로젝트다. 여기에 KRX 출범 전 시장 체제별로 분산돼 있던 접속시스템과 매매체결시스템, 청산결제시스템, 정보분배시스템 등 4개의 시스템을 통합하는 것도 주요 내용이다. 시스템 재구축을 통해 시스템 자원의 중복에 따른 비효율성을 제거하고 사용자의 편의성을 극대화하겠다는 의도다. 자본시장통합법의 발효에 따라 확대되는 시장 유동성에도 적극 대비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KRX 측은 차세대 시스템을 바탕으로 IT 경쟁우위를 확보하고,해외 시장과의 연계거래지원 등 해외 시장 진출의 포석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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