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BIZ+]황성영 애경그룹 계열 AKIS 대표

“애경그룹은 더 이상 제조업에만 주력하는 그룹이 아닙니다. 유통과 항공 등을 집중적으로 키워나가는 서비스 기업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이 핵심에 바로 IT가 존재합니다.”

애경그룹 최고정보책임자(CIO)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황성영 AKIS 대표의 말이다. 애경그룹은 그동안 가정용 소비제품만을 주로 생산하는 제조업체로만 인식돼 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제주항공이 국내선은 물론이고 국제선 서비스를 본격화하고, 옛 삼성플라자를 포함해 애경백화점을 모두 ‘AK플라자’라는 신규 브랜드로 새롭게 론칭하는 등 주력사업을 바꿔나가고 있다.

최근 그룹이 확대되면서 그룹 계열사의 데이터센터 통합 및 애플리케이션 통합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황 대표는 “IT경쟁력을 높여 혁신을 주도할 계획”이라며 “이로써 그룹 경쟁력을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 IT를 앞세워 유통과 항공사업 확대

애경그룹은 지난 2007년 삼성플라자(현 AK플라자 분당점)를 인수, 유통사업을 강화했다. 당시 유통업계에서는 애경산업이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갖고 있는 삼성플라자를 인수해 오히려 삼성플라자 매출을 떨어뜨리는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일반인도 혹시 서비스 수준이 떨어지는 것 아닌지 하는 우려를 나타냈다.

그러나 이것은 기우였다. 애경산업은 인수 1년 반 만에 삼성플라자라는 브랜드도 자체 브랜드인 AK플라자로 바꿔 종전 보다 더욱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만들어 나갔다. 이는 기존의 구로·수원의 애경백화점과 옛 삼성플라자의 IT시스템을 통합, 단일화된 서비스와 마케팅 수행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옛 삼성플라자를 인수했을 때 기존 고객에게 제공했던 서비스 질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요구가 강했습니다. 이에 따라 인수 직후인 2007년 5월부터 기존 3개 백화점의 시스템을 통합, 신유통시스템을 구축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로 인해 애경그룹은 옛 삼성프라자의 서비스를 뛰어넘는 고품격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최근에는 따로 존재했던 3개 백화점 고객 데이터베이스(DB)와 김포·인천·코엑스의 AK글로벌(면세점) DB를 통합하는 AK멤버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오는 3월 말 프로젝트가 완료되면 백화점과 면세점을 통합한 완벽한 타깃 기반의 고객 마케팅 서비스가 가능할 전망이다.

지난 2006년 6월 첫 비행을 시작한 제주항공도 오는 21일부터 인천∼오사카, 인천∼기타큐슈를 시작으로 첫 국제선 정기선을 운항하게 된다. 이로써 제주항공은 명실상부한 국내 세 번째 항공사라는 이름을 얻은 데 이어 국제선 항공사로도 성장하게 됐다. 황 대표는 “여기에도 IT 지원이 적지 않았다”며 “제주항공은 지난해 고객예약시스템(CRS)을 개편, 과거 예약부터 발권까지 3분이 소요됐던 것을 30초로 단축했다”고 말했다.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하는 항공사답게 인터넷예약 화면도 리치인터넷애플리케이션(RIA) 기술을 적용, 기존 5단계에서 2단계로 줄였다. 최근에는 국제선 운항에 따른 예약관리 및 콜센터 시스템도 업그레이드했다. 국제선은 달라진 요금체계와 탑승수속 절차 등을 반영해야 하기 때문에 별도의 시스템 개발이 필요하다. 향후 제주항공은 기존의 차세대 CRS 구축과 현재 재무관리, 정비, 안전관리 부문 등에 갖춰져 있는 전사자원관리(ERP) 시스템도 업그레이드할 예정이다.

# 애경산업 등 전통사업 IT 업그레이드

그렇다고 해서 애경그룹이 유통 및 항공 사업에만 IT 역량을 쏟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애경그룹 전통사업 분야의 IT 경쟁력도 꾸준히 강화하고 있다. 애경산업은 지난해 150여개의 대리점과 본사 그리고 신유통점과 본사를 연결하는 신영업시스템을 구축, 가동에 들어갔다. “이로써 애경산업은 매출·주문·재고 등 다양한 판매정보를 기반으로 본사에서 체계적으로 영업전략을 마련할 수 있게 됐습니다”고 황대표는 말했다.

신제품 개발 주기를 단축하기 위해 신제품 출시를 위한 제품수명관리(PLM)도 올해 구축할 예정이다. 내부 프로세스 컨설팅으로 프로세스혁신(PI) 프로젝트를 수행할 계획이다. 작년에는 비용절감을 위해 기존 23대의 서버를 7대로 통합하는 작업도 진행했다.

애경그룹은 지난해 김포, 인천에 이어 코엑스인터컨티넨탈호텔에 있는 면세점을 인수함에 따라 3개의 면세점 시스템을 통합, 신면세점시스템을 구축했다. 앞으로는 애경정밀화학·애경피엔씨·애경소재 3사의 법인 통합을 진행함에 따라 지난해 구축을 완료한 애경정밀화학의 ERP시스템을 기반으로 애경피엔씨와 애경소재 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하는 통합도 추진한다. 애경화학과 애경연구소의 네트워크 통합은 지난해 추진했다.

AKIS는 애경그룹의 각 계열사 전산실을 분리해 구성된 IT셰어드서비스센터로서, 역량을 강화하는 부문도 고민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올해 전 계열사에 대한 서비스를 대상으로 IT서비스관리(ITSM)를 구축할 계획이다. “ITSM을 바탕으로 현재 계열사별로 상이한 IT 운용전략을 표준화한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입니다.” 이 사업은 올해 착수해 오는 2010년 완료된다. 사업이 완료되면 ISO20000 인증획득도 추진한다.

# IT통합으로 시너지 극대화 추진

애경그룹의 또 하나의 고민은 그룹의 IT를 하나로 통합하는 것이다. 아직은 그룹이 확대되기 시작한 지 초기단계여서 IT통합이 매우 제한적으로만 이뤄진 상태다. 애경그룹은 전통 사업 분야인 애경산업, 애경화학, 애경유화, 애경피앤씨, AK글로벌의 시스템을 논현동 KIDC에 물리적으로 통합했다. 그러나 제주항공은 김포 본사 전산실에, 애경유지공업(백화점사업)은 삼성SDS 과천 데이터센터에 분산 입주돼 있다.

이와 관련, 황 대표는 “제주항공이나 백화점사업 부문은 온라인 비즈니스가 중요하기 때문에 데이터센터를 이전하는 것이 쉽지 않다”며 “올해 데이터센터를 이전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오는 2010년께 부터는 데이터센터를 한곳으로 통합하는 작업을 다시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룹의 애플레케이션 부문을 통합하는 것도 애경그룹이 안고 있는 고민이다. 대부분 그룹은 계열사가 늘어나면서 인사 및 재무 등 공통 업무 부문의 애플리케이션을 통합 그룹 차원에서 활용하고 있다. 이로써 계열사 간 중복되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애경그룹도 우선 전 계열사의 그룹웨어를 모두 통합하는 프로젝트를 지난해 착수, 오는 4월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와 함께 인사시스템 중 임원평가시스템도 통합했다.

황 대표는 “향후 그룹 및 각 계열사들과 논의를 거쳐 인사 및 재무, 보안 시스템 통합도 추진할 방침”이라며 “단계적 통합으로 그룹 계열사 간의 시너지를 높여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성영 AKIS 대표 소개

애경그룹 CIO를 맡고 있는 황성영 AKIS 대표는 지난 2007년 AKIS가 설립되면서부터 초대 대표를 맡아왔다. 황 대표는 AKIS 대표 직전에는 한국IBM, 데이콤시스템테크놀로지, 코오롱정보통신 등에서 근무하면서 IT에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다. 누구보다도 IT를 잘 알고 있지만, 황 대표는 그래도 CIO는 비즈니스에 더 해박해야 한다고 말한다. 즉, CIO의 모든 고민과 역할은 경영전략 및 목표와 연계돼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CIO 자세에 대해 묻자 CIO가 된 지 얼마 안 돼 CIO의 자세를 언급하는 것은 부담스럽다고 한사코 거부하는 황 대표는 그래도 비즈니스 관점에서 IT를 가지고 혁신할 수 있는 CIO가 가장 훌륭한 CIO가 아니겠냐고 말한다. 본인도 그런 CIO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애경그룹 및 AKIS 회사 소개

<애경그룹>

1950년 비누 등을 생산하는 전통 소비재 제조업체에서 출발한 애경그룹은 세제, 치약 등 생활용품의 대표적 기업으로 성장해 왔다. 이후 1993년 애경백화점 구로점을 오픈하면서 기존 제조업에서 유통업에도 진출했다. 이후 2001년 인천국제공항 내 AK면세점을 개점한 데 이어 2005년 제주항공을 설립, 항공업에도 진출하는 등 그룹 확대에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재 애경그룹은 유통·부동산 개발 부문에 8개, 생활·항공 부문에 8개, 화학부문에 6개, 해외사업부문에 5개 등 총 27개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AKIS는 지난 2007년 5월 애경그룹의 애경산업·제주항공·애경유화·애경화학·애경유지공업·애경피앤씨·AK글로벌 등 주력 기업의 IT 부문을 하나로 통합, 분리한 애경그룹의 IT 자회사다. 전체 인력은 78명으로 애경그룹 주요 계열사의 IT전략과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이로써 그룹 경쟁력을 극대화하고 있다. AKIS의 ‘I’는 ‘이노베이션’의 약어로 그룹 혁신을 주도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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