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 출범 1년] 방송·통신 정책적 융합 일단 `합격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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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달력에는 날짜가 없지만 지난해 2월 29일 방송통신위원회가 공식 출범했다. 이 날은 방송통신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 시행에 들어간 시점이다. 따라서 방송통신 융합의 기치를 내걸고 별개의 기관이던 방송위원회와 정보통신부가 일원화된 지 이달 말로 꼭 1년이 되는 셈이다. 방통위 1년에 대한 평가는 수치화가 사실상 불가능할 만큼 극과 극을 달린다. ‘방통위=미디어법’으로 일반인에게 인식되는 상황은 ‘F학점’. 하지만 당초 우려와 달리 순수민간기구와 정부조직이 위원회로 연착륙하며 방통 융합의 세계적 시장 흐름에 잘 대응해 왔다는 점에서는 ‘A학점’이란 평가다. 특히 여야의 몫을 떠나 사안을 바라보는 위원들의 시각과 전문성이 ‘따로 또 같이’ 팽팽한 긴장감과 균형이 맞아 조화를 이뤘다는 평가다. 그러나 방송통신위원회 1주년을 돌아보며 방통위 식구들이 가장 뼈저리게 아픈 것은 뭐니뭐니해도 ‘사기 추락’이다. 또 사사건건 부딪히고 눈치를 받는 ‘진흥 업무의 고충’도 속앓이다.

 

 ‘민간조직과 정부조직이 만나 조화를 이룰 수 있을까.’

 설왕설래하던 방송통신위원회 설립이 공식화된 지난해 2월 말 정부직제 발표 직후, 이같은 의구심이 수면 위로 본격 부상하지 않겠느냐는 우려였다.

 그로부터 1년. 방통위는 민간신분과 공무원신분, 방송과 통신 등 결코 넘기 쉽지 않은 칸막이를 제거하고, 조직의 틀과 정책적 융합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이를 기반으로 방통위는 이제 정책의 효율성 담보를 위한 필요 규제와 진흥 정책의 조화를 통해 방송·통신 융합이라는 세계적 흐름에 대응하며,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방통위 내부에서는 위원회의 순조로운 연착륙을 놓고 정치적 쟁점에서는 치열하게 대립하면서도 위원회 운용과 정책에서는 각자의 전문성을 개진하고 수용하는 조화로운 위원회 구성을 성공요인으로 꼽는다. 연륜을 바탕으로 한 포용력으로, 조직을 다독인 최시중 위원장의 역할론도 빼놓지 않는다.

 사실 전혀 다른 두 조직이 만나 조화를 이루고 융합해 가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정이다. 위원장 취임일(3월 26일)부터 공식업무가 시작됐다고 볼때 짧은 기간에 적지 않은 진통도 있었지만 방통위는 이제 정착기에 접어들었다.

 방통위 출범을 지켜보며 애정을 가진 이들이 가장 우려했던 것은 ‘IT산업의 붕괴’였다. 아직도 일각에서는 이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새롭게 거듭나는 과정에 있을 뿐 1년이 지난 현시점에서는 미래 성장기반은 어느 정도 다져졌다는 평가가 대세다.

 형태근 방통위 상임위원은 “한국의 IT역사는 80년부터 93년까지의 체신부 13년, 94년부터 2007년까지의 정보통신부 13년, 그리고 이제 시한은 알 수 없지만 2008년부터의 방송통신위원회로 맥을 잇고 있다”며 “이론의 여지가 있을 수 있지만, 국내외 시장 흐름에 맞춰 아주 적절하게 탈바꿈하면서 정책을 선도해 IT강국의 명성을 얻을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방통위 출범 1년의 정성적 성과로는 올IP 기반의 방송통신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해 제도·시장·정책 측면에서 결집력을 갖기 시작한 것을 꼽을 수 있다. 사실 제도적 뒷받침 결핍으로 서비스가 늦어져 결국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진 IPTV는 물론이고 애써 시작은 했으나 사생아가 돼버린 DMB 방송을 놓고 보면, 결집력의 생성은 정말 어렵게 도출한 성과다.

 하지만 과제도 산적해 있다. 무엇보다 직원들의 사기를 높이는 것이 출범 1주년을 맞는 방통위의 최우선 과제다. 파견갔던 직원이 자리가 없어 복귀를 못하거나, 있던 자리가 갑자기 사라져 낙동강 오리알 신세를 우려해야 하거나, 혹은 이런저런 이유로 동료들이 타 부처 전출을 희망하는 사태가 속출했다.

 방통위 직원들은 이같은 상황에 위원장을 비롯한 위원들이 써주는 마음은 느끼면서도, 위원회 조직이라는 구조적인 한계에 대한 우려를 감추지 않는다. 인수위 시절 논의만 됐던 ‘사무총장제’가 흐지부지되면서, 현재 ‘아버지’만 있고 ‘어머니’의 존재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조직의 어머니격으로 사무총장이 자리를 지켜주면, 소소한 부분을 잘 챙겨주지 않을까 하는 실낱같은 기대가 사무총장제를 원하는 방통위 직원들의 저변에 깔린 심정이다.

 업무상 역할의 불분명함도 풀어야할 숙제다. 방통위는 방송통신 산업의 규제와 진흥을 담당하는 총괄기관임에도, 진흥 정책 기능에 대한 타 부처의 견제로 진통을 겪고있다. 심지어 통신산업의 미래를 위해 식구들이 내놓은 돈을 통째로 다른 부처에 맡기고, 필요할 때마다 손을 벌려야 하는 신세로 전락해 있다. 방송통신산업의 진흥 주체이면서도 직접적 연관성을 가진 방통콘텐츠에 손을 댄다고 구박을 받아야 하는 이상한 상황에도 이제 이골이 났다.

 이병기 방통위 상임위원은 “규제와 진흥은 정책이라는 큰 테두리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며 “특히 기술적 전문성이 담보돼야 하는 정책은 허가 단계에서부터 고민을 함께해야 탄실한 산업으로 키워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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