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훈의 시네마 읽기] 돌아온 일지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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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세간에서는 ‘아내의 유혹’과 같은 막장 드라마가 유행이지만 영화보다 잘 만든 드라마도 많다. 얼마 전 종영된 ‘그들이 사는 세상’도 그랬고 ‘종합병원2’도 그 나름대로 ‘잘빠진’ 작품이었다. 잘빠진 드라마를 ‘잘드’라고 부른다면 잘드 계열에 포함될 또 하나의 물건이 있다. 지난 1월 중순 시작된 ‘돌아온 일지매’다. 이 드라마는 웰 메이드로 부를 수 있다. 현재 ‘꽃보다 남자’에 눌려 제대로 된 힘을 쓰지 못하지만 고정 팬을 보유한 스테디 셀러로 자리 잡고 있다는 말이다. 일지매의 매력은 폭발적이지는 않지만 온돌방처럼 은은하고 순하다.

 일지매 시청 이유를 한번에 대라고 한다면 바로 답하기는 힘들 것이다. 그러나 장점은 분명하다. 사실 일지매가 고정 고객(?)을 가진 요인은 몇 가지 된다. 그 처음이 사전 제작으로 인한 화면의 완벽성이다. 이 드라마는 총 24부작 중 70% 이상 사전 제작을 완료한 상태에서 방영을 시작했다. 한국드라마 제작 과정의 어려움과 문제점을 경험으로 잘 알고 있는 황인뢰 감독은 사실 돌아온 일지매의 초기 기획 단계에서부터 ‘사전 제작’을 고집했다. 최고의 완성도를 갖춘 명품 드라마를 위해 촬영에 급급, 후반작업에 신경 쓰지 못하는 상황은 만들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던 것. 실제로 청나라로 떠난 일지매의 활약상을 그린 드라마의 종반부를 제외한 대본 작업 역시 일찌감치 공들여 마무리한 상태다. 특히 원작에는 포함돼 있지 않은 다양한 장면도 이미 구상이 끝난 상태다.

 또 다른 매력은 영화와 같다는 점이다. 이는 어쩌면 사전 제작과도 맞물릴 수 있다. 장고의 시간만큼이나 드라마 속 화면은 깊고 뜨겁다. 제작진은 일지매가 부모에게서 버림받은 후 중국으로, 또 일본으로 떠났다가 조국으로 돌아오는 험난한 운명 묘사에 많은 공을 들였다.

 이런 장대한 여정을 따라 제작팀은 사극 최초로 대만·일본·한국의 3개국 로케이션에 나섰다. 타이베이에 있는 청나라식 대저택인 린안타이(林安泰)고적(古跡), 예류(野柳) 해양공원의 선착장에서는 일지매의 청나라 생활과 그가 양부모를 등지고 조선으로 탈출하는 장면 등이 촬영됐다. 타이난에 위치한 중국식 정원인 중산미술공원에서는 경극 장면을, 동부의 화리엔에서는 험한 절벽과 깎아지른 협곡을 배경으로 한 추격신 등을 카메라에 담았다.

 물론 이 모든 것은 배우의 열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배우들의 노력은 정말 가상하다. 연기력에는 논란이 많지만 현재까지 정일우에 대한 평가는 후한 편이다. 준비를 많이 하기는 했다. 출연이 결정되자마자 액션스쿨에서 살다시피 하며 몸 만들기와 체중 감량에 들어간 정일우는 최고의 무예를 갖춘 일지매로 변신하기 위해 정창현 무술감독으로부터 세 나라의 무술을 사사받아야 했다. 이와 함께 포도청 수사관 구자명으로 분한 김민종의 변신도 주목 대상이다. 일지매가 비주얼로 승부한다면 구자명은 카리스마로 일합(一合)을 겨룬다. 인터넷에서는 구자명을 명예경찰로 추대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마지막은 색깔이다. 비주얼은 웬만한 영화와는 비교도 안 된다. 평소 탐미주의자라 불리는 황인뢰 감독은 돌아온 일지매에서도 유려한 영상미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일지매의 모든 시각적 요소는 정통 사극 장르에 맞춰 철저한 고증을 거쳐 완성됐다. 영웅 일지매의 외양은 패랭이의 모양, 복면 디자인까지도 고우영의 원작을 충실히 복원했다. 70% 이상 사전 제작으로 미리 완성된 영상은 최고의 기량을 갖춘 전문 디지털 프로덕션 모팩(Mofac)의 손길을 거쳐 완성됐다. 이 업체는 드라마 태왕사신기를 비롯, 중천·M·무영검 등 등 수십편에 이르는 영화의 CG와 특수효과를 담당해 온 전문업체다.

 한정훈기자 existe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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