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 후지쯔 HDD 사업부 인수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2008년 세계 HDD시장 업체별 점유율

 도시바가 후지쯔의 적자투성이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사업부를 인수한다. HDD 시장 만년 4위로 고전하던 도시바는 몸집불리기를 통해 시장 선두 업체인 씨게이트·웨스턴디지털(WD)과 경쟁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17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도시바는 올해 2분기까지 후지쯔의 지분 80%를 인수하고 경영권을 쥘 예정이다. 협상 가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나 도이치뱅크그룹은 수천억엔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도시바는 합병을 통해 2013년 3월까지 매출 6000억엔(약 9조5000억원), 2015년까지 시장점유율 20%를 꾀하겠다고 밝혔다.

 도시바가 후지쯔의 HDD 사업을 집어 삼키면, 도시바의 시장점유율은 현재의 두배 수준인 16%가 된다. 지난해 17% 점유율로 HDD 업계 3위인 히타치를 바짝 추격하게 된다. 일본의 시장조사업체 테크노시스템리서치에 따르면 씨게이트가 31.8%로 1위, WD가 26.9%로 2위를 달리고 있다.

 유이치 이시다 미즈히투자증권 연구원은 “도시바의 합병은 포화 상태인 HDD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시장 점유율을 보장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수익성은 불투명하다. 후지쯔의 HDD사업부는 올해 3월에 끝나는 회계연도에 2400억엔(3조8000억원) 매출, 500억엔(7900억원)의 적자를 예상하고 있다. 히타치는 2002년 IBM의 공장을 인수한 뒤 만성 적자에 빠졌으나, 11% 인원 감축이라는 구조조정을 통해 2008년 1분기부터 수익을 내기 시작했다.

 지난해 세계 HDD 시장 규모는 326억달러(약 47조6000억원)로 추정된다. JP모건은 올해 경기침체와 업체 간 경쟁 격화에 따른 가격 하락으로 시장이 19% 줄어 263억달러(약 38조4000억원)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HDD업체는 인수합병을 통해 규모의 경제, 점유율 늘리기에 매진해왔다. 씨게이트는 2007년 맥스터와, WD는 지난해 부품업체 코막과 합병했다.

  차윤주기자 chayj@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