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전자업계가 올해 설비투자를 전년대비 40%대 이상 줄일 것으로 파악됐다. 이 여파로 올해 600대 기업의 투자규모가 8년 만에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17일 롯데호텔에서 삼성그룹 등 18개 대기업 관련 임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제1차 비상경제대책반 회의에서 발표한 ‘2009년 600대 기업 투자계획’에서 “글로벌 경기침체 한파가 올해 투자에 반영돼, 2001년 이후 8년만에 전년대비 2.5% 감소한 86조7593억원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고 밝혔다.
제조업은 46조4221억원으로 작년 대비 10.9% 감소할 전망이며, 비제조업은 전력·가스·수도업의 투자 호조세에 힘입어 40조3372억원으로 9.5% 증가할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IT업종별로 보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의 투자감소율이 각각 42.5%와 40.9%로 나타났다. 이는 주요 업종 가운데 가장 큰 폭 줄어드는 것이다. 통신과 IT서비스업종은 지난해 전년대비 3.6% 증가한데 이어 올해도 2.0% 늘어날 것으로 파악됐다.
응답 기업들은 올해 투자결정에 있어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세계경기 회복 여부(36.8%)를 들었다. 기업 투자활성화를 위해서는 ‘금융시장의 조속한 안정’(33%)과 ‘정부의 과감한 경기부양 정책이 필요하다’(32.5%)고 응답했다.
이날 비상경제대책반 1차 회의에 참석한 기업들은 자금시장 안정을 위해 채권안정펀드의 회사채 및 여전채 매입확대, 회사채 발행 요건의 완화, 부채비율을 기준으로 한 금융사 진입규제 완화 및 재무약정 재체결 일시유예, 수출입 금융 활성화를 위한 지원 등을 강조했다. 또 각종 부정적인 경기지표의 발표로 인해 수출과 내수의 동시 위축이 우려됨에 따라 정부의 소비활성화를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
전경련 비상경제대책반은 지난달 전경련 회장단의 결의에 따라 이승철 전경련 전무를 반장으로 경기침체의 여파를 직접 피부로 느끼는 주요그룹의 임원으로 구성, 총괄·실물경제팀, 금융·구조조정팀, 투자촉진팀 등 3개팀으로 운영하고 있다. 회의에는 기획재정부 노대래 차관보, 김완표 삼성전자 상무, 차동석 LG 상무, 장진원 SK 상무, 박광식 현대차 이사 등 21명이 참석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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