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나는 ‘2009년 기축년 산업 전망은 정말 점점 더 어두워질까, 작년부터 계속되는 경제적 어려움의 여파가 우리 산업 전반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라는 고민을 자주한다.
2009년 한국개발연구원이 내놓은 경제전망에서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0.7%에 머무를 것이라고 진단했다. 기획재정부 장관은 마이너스 2% 성장을 공식화했다. 산업연구원의 2009년 업종별 생산 전망 자료에 따르면 일부 산업은 전년 대비 마이너스 증가율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다소 긍정적인 전망이 예상되는 업종도 있다. 바로 정보통신기기, 디스플레이, 반도체처럼 기술집약적이고 끊임없이 기술에 투자하는 업종들이다.
지난달 세계 소비자가전쇼(CES)를 보자. 세계적인 경제 불황을 반영하듯 올해 CES에는 예전처럼 방문객의 열기나, 기업의 참여도가 높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ES에서 눈에 띄었던 것은, 단기적인 매출이나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전체적으로 업계의 비전을 선도하는 측면에서 혁신적인 제품이나 기술을 공개한 기업들이었다.
올해 CES 키워드는 3D기술이었다. 삼성·뷰소닉·엔비디아 등은 3D 영화나 게임을 즐길 수 있는 120㎐ LCD 모니터를 출시했다. 모두 고가의 첨단 기술이었다. 모니터는 아직까지 60㎐ 제품이 많은데 일부 브랜드에서 출시되는 높은 가격의 120㎐ 모니터가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소비자에게 무슨 의미를 줄 것인지 질문할 수가 있다. 다른 첨단 IT 제품에도 마찬가지 질문을 던질 수 있다.
답은 명확하다. 이들은 업계 선두주자로서 시장의 트렌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떤 업계든지 시장에는 여러 주자가 동시에 존재하고, 이 중에는 항상 선두 업체가 있다. 선두 업체의 역할은 단순히 그 경쟁자들과의 경쟁에서 더욱 높은 시장 점유율을 장악하거나 혹은 매출을 끌어 올리는 데에 있지 않다.
선두 업체는 물론이고 계속 선두로 나서기 위해 좀더 나은 제품이나 기술을 개발하고 소비자를 배려하며 지원해 주고 그 결과 높은 매출을 낸다. 중요한 일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들이 앞으로 해당 산업이 장기적으로 어떻게 발전할 것인지 비전과 청사진을 제시해주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 선두 업체는 혁신과 창의성에 계속적인 투자를 함으로써 다른 플레이어도 같이 따라올 수 있게 ‘선도’해주고 있는 셈이다.
컴퓨터 부문에서도 마찬가지다. 회사들이 그래픽카드에 연연하지 않고 더욱 광범위하게 다양한 관련 기술 혁신에 끊임없이 투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컴퓨터 산업에서 그래픽 자체가 아닌 전반적인 비주얼 컴퓨팅 경험이 중요하다. 가령 소비자가 좋아하는 게임을 할 때 이와 관련된 드라이버를 제공해 주면 더욱더 안정적인 게임을 즐길 수 있다. 게임이나 동영상을 볼 때, 혹은 업무를 볼 때 3D 비전 등 각종 기술을 결합하면 소비자는 더욱 즐겁고 편리한 경험을 할 수 있게 된다.
늘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도전해야 하는 ‘혁신’은 첨단 IT기업에 필수 덕목이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혁신’하는 기업은 분명, 긴 불황의 터널 끝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치고 나갈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비전을 높이 세우고 혁신하고자 하는 마음을 다그칠 때다.
이용덕 엔비디아 코리아 지사장 davidlee00@hanafo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