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KTF 합병 이후 이용자 후생 확대 및 통신시장 경쟁 활성화를 위해 별도의 인가 조건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 학계와 시민단체로부터 잇따라 제기됐다.
16일 이경재 의원과 이종걸 의원이 공동 주최한 ‘통신시장 환경변화와 통신사업자 합병문제, 어떻게 볼 것인가’를 주제로 한 토론회에서 학계와 시민단체 전문가는 구체적인 인가 조건을 제시하는 등 인가조건 부여 당위성을 역설했다.
방송통신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가 본격적인 KT-KTF 합병 인가 심사에 착수한 가운데 학계와 시민단체의 이 같은 주장이 규제기관의 의사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이동통신 조직 및 회계분리, 필수설비 중립성 제기=학계와 시민단체는 합병 이후 다양한 인가 조건을 대안으로 제시, 눈길을 끌었다.
최선규 명지대 디지털미디어학과 교수는 이동통신 시장을 사례로 제시하며, KT-KTF 합병이 반드시 소비자 후생 및 통신시장 발전을 위해 바람직한 방향으로 전개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제하며 따라서 일정한 인가조건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개진했다. 최 교수는 현 이동통신 시장이 성숙 단계에 이르러 사업자 간 ‘뺏고 빼앗는’ 마케팅 경쟁으로 진행된다며 KT―KTF 합병 이후 이용자 후생을 위한 요금 경쟁보다 단말기 보조금 지급 확대 등 마케팅 경쟁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최 교수는 이를 차단하기 위한 사전 조치로 합병 KT의 이동통신 조직 및 기능, 회계 분리 등의 인가 조건을 부여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신종원 YMCA 시민사회개발부장은 KT가 보유한 시내망 및 필수설비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한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신 부장은 KT-KTF 합병 인가 조건으로 합병 이후에도 향후 1∼2년간 KT 필수설비의 중립적 사용을 보장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KT 필수설비 ‘설왕설래’=필수설비에 대한 KT와 반 KT 진영 간 의견이 엇갈린 가운데 경쟁법 이론에 근거해 KT의 보유 설비를 필수설비로 규정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호영 한양대 법학과 교수는 “필수설비란 생존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대체재가 없으면 퇴출이 불가능한 것으로 규정한다”며 “KT가 보유한 전주와 관로 등 필수설비는 법 이론에 따르면 필수설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KT의 필수설비는 이미 보유한 것이며, KTF와의 합병 등 기업결합으로 새롭게 취득하는 것이 아니어서 합병과는 상관없다”고 말했다. KT의 주장과 일맥상통하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이형희 SK텔레콤 CR전략실장은 “KT가 경쟁사 요구가 없어 필수설비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논리는, 반대로 설비가 중립화한 상태에서 빌려줘도 무방한 것으로 이해된다”며 “필수설비가 중립화되면 사업자 투자가 더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며 필수설비 구조분리를 재차 주장했다.
서정수 KT 부사장은 필수설비 대체가 가능하다는 시각을 재확인하고 “KT가 추구하는 것은 변화와 융합의 길로 나아가는 것”이라며 “이를 위한 수단이자 가장 빠른 길이 합병”이라며 합병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kr
